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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종말제프리 삭스김현구 역, 21세기북스, 2011.

 

 

8년 전 출판한 책이 오랫동안(?) 당산중 도서관 꽂혀있다가 내 손에 들어왔다하드커버로 된 양장본이다마지막 페이지가 575쪽이다겉으로 보기에는 그리 두껍지 않은데 용지가 얇은 건지 쪽수가 제법 많다.

 

몇 일전 참실대회에 참석하러 부산에 내려가면서 기차 안에서 이 책을 보고 있는데 후배(이하 A로 칭한다)이런 책을 보다니 대단하단다참나 책 보는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A는 학교업무나 수업 등에서 자기와 생각이 틀리면 다른 사람과 한 치의 양보없이 싸우려 드는 후배로주변 학교에 싸움꾼인데다 일 안하기로 소문이 나서 이 친구가 전근다닐 시기가 되면 근처 학교에서 기피교사로 주목받는 후배다그런 A가 올해 부산 참실대회에 가서 실무를 맡은 다른 후배(이하 B라 칭한다)와 충돌을 일으켰다.

 

올해 참실대회는 부산대에서 하는데 예전과 같이 기숙사를 사용했다사건은 첫날인 1월 16일 오후 일정이 끝나고 숙소로 가서 짐을 푸는 중에 생겼다두 명이 사용하는 방의 키를 B로부터 받은 A가 사용할 방으로 갔다가 짐을 풀지 않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오면서 시작되었다.

 

A : (화를 내며) “내가 간 방에 다른 과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방 배정을 해다른 과 사람하고 방을 같이 쓰라는 게 말이 돼?”

B : “대회 참가자가 계속 바뀌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거 같은데 알아볼께요.”

A : “어떻게 이렇게 방을 배정하냐고?”

B : “잠시만 기다려 봐 형알아볼께.”

- - B가 대회본부와 전화연결 시도하나 연결이 잘 안됨.

A : “모르는 사람과 같이 방을 쓰라는 게 말이 되냐고나는 모르는 사람하고 같이 방 못써!”

나 : “좀 기다려봐라, B가 배정한 것도 아닌데 왜 B에게 화를 내냐담당자에게 알아보면 되잖아뭔가 사정이 있겠지.”

A : “형은 빠져!”

- - -

B : (담당자에게 전화걸어 통화 후방 하나를 따로 준다고 하니 형은 그 방은 써.

A : “야 이게 그렇게 해결될 일이야무슨 이따위로 일을 해?”

나 : “야 이건 B한테 화낼 일이 아닌데 왜 B한테 화를 내고 그래?”

A : “형은 빠지라니까!”

- - -

 

내 생각에 이 일은 방배정 과정에서 생긴 것이다그런데 배정을 B가 한 것은 아니다. B는 대회본부에서 배정한 내역을 받아 전달한 것이기에이건 대회를 진행하는 본부 담당자에게 알아보고 조정하면 될 일이었다다시말해 B에게 화를 내거나 언성을 높여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차분히 사정을 이야기하면 해결될 이었고 B도 이 사실을 알고 즉시 전화를 해서 해결되었다.

 

이런 대회나 사업을 많이(?) 해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행사나 대회에서 일이 생기면 화를 먼저 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담당자에게 나타난 문제를 전달하여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알고 있다그래서 A가 B에게 화를 낼 필요는 없다고 본 것이고그러지 말라고 한 것인데 A는 나에게까지 인상쓰면서 빠지라고 해서 나도 그날 기분이 안좋았다.

 

극단적인 상황으로 번지지는 않았으나 이렇게 언성을 높이는 일은 지금까지 20년 이상 이 모임을 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B도 말은 안했지만 아마 기분이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일이 있고 약 10분 후 저녁을 먹으러 가는 차 안에서 A는 형 미안해내가 왜그랬나 모르겠어그렇게 화낼 일이 아니었는데.” 라며 사과를 했다. “너는 너와 생각이 다르면 항상 전투적으로 말하는 게 문제야.” 라고 하고 넘어갔는데지금까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다.

 

 

이 책은 저자 제프리 삭스가 세계 여러 나라의 빈곤 탈출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서술한 책이다앞은 주로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뒷부분은 아프리카의 절대적 빈곤 탈출을 위해 다른 나라 특히 부자나라(미국 중심)가 무엇을 해야하는 지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제프리 삭스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가 내린 고금리 처방을 강력하게 비판한 인물로 우리나라에 유명하며미국에서는 로렌스 서머스폴 크루그먼과 함께 '경제학계의 3대 슈퍼스타'로 불린다.

 

1980년대부터 대외채무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발전도상국과 시장경제로의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주의 국가에 거시경제 정책에 대한 조언을 해준 그의 세계 경제에 관한 풍부한 경험이 이 책에 담겨 있다정치문화기후의 측면에서 발전도상국의 빈곤 상황을 분석하여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내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 가뭄기아문맹에이즈말라리아오염된 식수 등이 일상화 되어있으며 절대적인 빈곤에 허덕이는 나라들에 대해 그저 못사는 나라라는 나의 막연한 생각에그 나라들의 실제상황이 어떠하며 어떻게 해결이 가능한 지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에게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와 준 책이다.

 

특히 저자가 97-98년 외환위기 때 IMF가 우리나라에 내린 처방들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을 가졌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당시 우리나라는 IMF로부터 받은 처방을 당연한 것으로 믿어왔는데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이것은 인식의 전환이다어차피 IMF가 내린 처방이 사람이 결정한 것이라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그것도 IMF를 주도하는 경제학자나 정책입안자들인 것을.

 

당시 IMF가 우리에게 요구한 것들은 임금삭감대규모 구조조정사회복지 프로그램 삭감공기업민영화 등으로 국민들이 당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그런데 같은 위기가 닥친 동남아에서 말레이시아는 IMF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 제프리 삭스는 단순한 경제학자를 넘어 진정으로 인간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학자로 봐야 할 것이다.

 

(93)

최빈국들의 핵심적인 문제는 빈곤 그 자체가 함정일 수 있다는 점이다빈곤이 아주 극단적인 경우 가난한 사람들은 곤경에서 스스로 벗어날 능력이 없다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인당 자본 결여에 의해 발생하는 빈곤의 종류에 대해 생각해보자가난한 농촌 마을에는 트럭·포장도로·발전소·관개용 운하가 없다기아와 질병에 찌들고 문맹인 마을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적 자본도 아주 낮다자연 자본은 고갈되어 있다나무들은 베어 쓰러졌고토양은 영양이 고갈되어 있다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물리적·인적·자연적 자본이지만 극심하게 곤궁하지 않다면 저축할 수도 있다만약 극심하게 곤궁하다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소득은 물론이고 그 이상을 단지 생존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생존에 필수적인 수준을 넘어 장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절대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이 낮은 또는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의 함정에 빠지기 쉬운 주된 이유다그들은 너무 가난해서 장래를 위해 저축할 수 없고 따라서 그들은 현재의 비참한 생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1인당 자본을 축적할 수도 없다.

 

(128)

몹시 슬픈 일이지만 구조조정 시대의 경제 자문의 실패와 불충분한 개발원조에는 우선 자문의 이기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이 있었다자문의 이기적인 측면은 명확하다빈곤경감의 책임은 전적으로 빈국 자체에 있는 것으로 가정되었다외국의 금융지원 증대는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되었다실제로 빈국들의 1인당 해외원조 수혜액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격감했다예를 들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1인당 원조 수혜금액은 1980년 32달러에서 2001년에는 단 22달러로 하락했다그러나 이 기간은 아프리카 전역에서 전염병이 나돌아 공공지출을 증대할 필요성이 절박한 시기였다기부자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고나머지 것들은 자신들이 책임질 수 없는 문제들 때문에 발생했다고 생각했다.

 

(160)

1884년 칠레가 볼리비아에서 해안 영토를 가져감으로써 볼리비아는 내륙국이 되었다이 때문에 볼리비아인들은 칠레에 대해 오래도록 차가운 감정과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그러나 나는 이 내륙국이라는 조건이 볼리비아의 만성적 빈곤을 야기하는 핵심적인 지리적 요인즉 압도적인 요인인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경제학자로서 훈련받는 내내 자연지리와 경제활동의 공간적 분포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한 것이다.

 

(191-192)

- - 이 협정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승전 연합국들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의 부채를 탕감시킴으로써 신생 독일민주연방공화국이 상큼한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했다콜 수상이 폴란드에 대한 보채탕감을 거부하기 시작하자 발체로비치는 콜에게 자신이 요청하는 대우를 독일도 똑같이 받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런던협정 요약문을 제시했다그러자 콜은 역사적인 경우라고 하면서독일이 받았던 것과 똑같은 처우를 폴란드에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그것이 돌파구였다결국 폴란드는 부채의 50%를 탕감받았는데금액으로는 약 150억달러였다.

세계의 채무국들은 만약 부채를 탕감받으면 더 이상 신용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이 주장은 논리가 거꾸로 되어 있다 어떤 나라가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으면그 나라는 신용을 얻을 수 없다합리적인 투자자는 새로운 대부를 하지 않을 것이다.

 

(197)

이런 상황에서 외부 원조는 최소한 두 가지 점에서 아주 결정적으로 중요하다첫째경제의 기초 여건을 바로 잡는 데 원조가 필요하다부채탕감이 그런 원조의 적절한 예다둘째개혁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 데 원조가 필요하다즐로티 안정화 기금이 그 명확한 예다은행에 10억 달러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로티가 안정적이고 태환 가능한 통화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확신시켜주기에 충분했다.(특히 나머지 거시경제 정책이 책임감있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거의 모든 나라가 몇 가지 점에서 중요한 원조를 받았다미국은 독립전쟁 동안 프랑스의 지원을 받았다유럽과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광범위한 원조를 받았고, 10년 후 한국도 똑같은 원조를 받았다이스라엘은 미국의 방대한 금융지원을 받았다독일과 폴란드는 부채를 탕감받았다우리는 과도하게 도덕군자인 척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또는 세계에서 가장 빈곤하거나 취약하며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단지 그들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273)

그러나 인도 주민들에 대한 최근의 유전자 지도를 보면 인도 원주민(드라비다 족)이 중앙아시아의 침략 부족들-높은 신분의 브라만이 됨-에게 정복당했다는 고대 베다의 이야기가 매우 정확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최근 몇몇 연구에 따르면 브라만은 남인도보다는 중앙아시아와 소아시아(아나톨리아)의 인종들에 더 가까운 유전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그러므로 엄격한 신분 차이는 저 먼 고대에 정복자와 피정복자 사이에 형성된 사회적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다어떤 이유에서든 인도는 서로 일치하지 않는 문화와 민족체·언어·문자·종교들로 뒤범벅된 상태이다따라서 지나친 다양성이 인도의 가장 중요하고도 크나큰 특징을 이루고 있다.

인도 역사는 경쟁하는 제국들과 정복자들의 독특한 파노라마로 이루어져 있다베다시대부터 인도 인구의 압도적 다수가 힌두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천 년 동안 인도 통치자들은 이슬람교나 기독교도였던 경우가 많았다델리와 아그라를 중심으로 길게 펼쳐져 있는 갠지스 강 유역의 인구밀집 지역은 11세기 이후 줄곧 이슬람 침략자들에 의해 정복당했다타지마할과 델리의 붉은 요새를 건설한 저 유명한 무굴 제왕들은 중앙 아시아에서 건너 온 이슬람 침략자들이었다.

 

(317)

1997~1998년의 동아시아 금융 위기에 대한 IMF의 잘못된 처방과 관련하여 내가 IMF를 공공연히 비난한 이후로 1990년대 말에 나는 다시 한 번 AIDS와 말라리아를 둘러싸고 국제금융계와 한바탕 싸워야 했다나는 아프리카를 황폐화시키고 있는 질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철저한 무시를 이제 그만 끝낼 것을 요구했다.

 

(358)

이 마을이 재난을 극복하고 밀레니엄발전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지만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어려울 것이다생존은 일련의 특수한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가에 달려있다즉 영양소가 고갈된 토양변덕스러운 강우광범위한 말라리아 전염병, AIDS, 적절한 교육기회의 부재안전한 식수와 화장실의 부재기본적인 수송전기취사용 연료통신 등의 결핍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것들은 널리 알려지고 검증되었으며상황에 알맞고 신뢰할 수 있는 기술과 개입조치로 극복할 수 있다.

 

(375-376)

극단적 빈민들에게는 다음의 여섯 가지 주요 자본이 부족하다.

⚪ 인적 자본 사람의 건강·영양·기술을 말한다사람들이 경제적 생산성을 갖추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 사업 자본 농업·공업·서비스업에서 사용되는 기계·설비·동력 수송수단을 말한다.

⚪ 인프라 도로·동력·물과 위생·공항과 해항·통신 시스템사업의 생산성을 규정하는 필수 투입 요소다.

⚪ 자연 자본 잘 작동하는 생태계와 경작 가능한 토지건강한 토양생물 다양성을 말한다인간사회에 필요로 하는 환경 서비스를 제공한다.

⚪ 공공제도적 자본 상법·사법제도·정부 서비스와 경찰을 말한다분업이 평화적으로 작동하고 발전하기 위한 밑바탕을 이룬다.

지식 자본 과학적 노하우를 말한다물적 자본의 형성과 기업의 생산성을 높여준다.

 

(377-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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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 - 각 나라는 밀레니엄발전목표를 달성하려는 희망은 아예 제쳐 놓고 내정에나 좀더 신경쓰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IMF와 세계은행은 이중인격자의 모습을 드러낸다공개적인 연설에서는 밀레니엄발전목표를 옹호하고 이 목표를 위한 알맹이 없는 프로그램들을 승인하지만사석에서는 평상시처럼 그 목표들이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425)

최근 몇십 년간 채권국들이 보인 행태는 마샬플랜을 수립할 당시 미국이 발표했던 공약과 실천에 비하면 인색하기 짝이없다당시 미국은 대부금이 아니라 무상원조로 유럽재건을 돕기로 결정했다2차 세계대전 이후 전략가들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비참했던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그 당시 케인스의 예언대로 연합국 부채와 제1차 세계대전 전후 배상금 요구는 채무국은 물론 채권국들까지 오랫동안 정치적·금융적 위기에 휘말리게 했다그리고 이 위기는 대공황의 원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파시즘의 출현까지 직접 이어졌다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전략가들은 다른 경로를 선택했다즉 전후 채무가 유럽의 취약한 민주주의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한 것이었다바로 이점이 오늘날 우리가 따라야 할 지혜다그러므로 과중채무국들의 채무는 밀레니엄발전목표에 기반을 둔 빈곤경감 전략을 위한 종합적인 금융 패키지의 일환으로 당장 탕감되어야 한다.

 

(461)

미국에서 GNP 대비 0.7퍼센트의 ODA를 달성하는 것이 결코 무리한 일은 아니다예산의 지출 측면에서 보면 미국이 이라크에서 2주간 쓴 전쟁비용(약 25억 달러)은 미국이 아프리카에서 경제개발 지원을 위해 쓰는 1년 치 총액과 맞먹었다전쟁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이라크 전쟁 비용이 연간 약 600억 달러에 이르렀다이것은 GNP대비 0.7퍼센트 수준에 도달하는데 필요한 증가분과 거의 비슷한 금액이다부시가 집권한 2001 회계연도와 2005 회계연도를 비교하면 군비 지출의 전반적인 증가액은 연당 약 1,500억 달러였는데, GNP대비 비율로는 1.5퍼센트 상승한 셈이다.

 

(466)

대중적인 인식과는 달리 아프리카의 1인당 연간 원조 수혜액은 너무나 적다. 2002년에 전 세계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기부한 원조금액은 1인당 30달러에 불과했다이 얼마 안되는 금액 중에서 거의 5달러가 실제로는 기부국들에서 온 컨설턴트들을 위한 것이었다그리고 3달러 이상이 식량원조와 기타 긴급 원조용이었으며, 4달러는 아프리카의 부채 이자상환을 위해 쓰였고, 5달러는 부채탕감 활동에 쓰였다나머지 12달러가 아프리카에 돌아갔다그러므로 현지에서 원조의 자취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 않은가원조가 끼치는 확실한 영향을 목격하려면 그 이전에 먼저 결과를 낳기에 충분한 원조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474)

20세기 초막스 베버적 전통에 입각한 사회학 이론들은 북유럽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더 낮은 남유럽과 아일랜드의 소득을 프로테스탄티즘의 기업가적 가치에 대비되는 가톨릭의 이른바 정태적’ 가치에 근거하여 설명하려고 했다. 20세기 중반 이후특히 말라리아가 통제되고 난 후 가톨릭 국가들이 아주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그 결과 현재 가톨릭 국가인 이탈리아와 아일랜드가 1인당 소득면에서 프르테스탄트 국가인 영국을 추월했다.

이와 비슷하게 막스 베버와 그의 추종자들은 동아시아의 유교 사회특히 중국이 경제적 진보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그러나 나중에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나라들이 급속하게 성장하기 시작했을 때 아시아적 가치들은 성공을 설명하는 요인으로 거론되었다하지만 1997년 아시아가 일시적인 경제 위기를 맞았을 때 아시아적 가치가 다시 용의선상에 올라 공격을 받았다그러나 이런 해석은 2년 후 회복이 다시 시작되자 급속하게 자취를 감추었다.

 

(476-477)

문화적 해석에 따른 주장들은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데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란 경제적인 시대상황과 함께 변화한다는 것이다즉 촌락에서 도심지농경에서 공업문맹에서 문해로 이행함에 따라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역할가구의 출산 선택아동 취학 그리고 기타 중요한 영역의 경제행위가 극적으로 변화한다불변하는 가치로 보이는 것들도 경제상황과 기회들에 영향을 받아 쉽게 변화한다비록 모든 문화적 가치가 쉽게 변화하지는 않지만경제발전에 해롭다고 여겨지는 가치들은 대부분 변화하기 마련이다.

문화적 해석의 두 번째 문제는 그것들이 보통 측정 가능한 증거가 아니라 편견에 기반을 두고 이루어진다는 점이다문화적 논증은 순환론적인 경향이 있다즉 사람들은 게으르기 때문에 가난하다는 것이다그렇다면 그들이 게으른지는 과연 어떻게 아는가이유로 그들의 가난함을 지적하는 사람들은 낮은 생산성이 게으름과 노력의 결핍 때문이 아니라 생산에 투여할 자본재의 부족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을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아프리카의 농부들은 게으르지 않으며 단지 토양 영양분·트랙터·도로·관개지·저장시설 같은 것들이 없을 뿐이다아프리카인들이 게을러서 일을 별로 하지 않고 따라서 가난하다는 식의 주장은 마을에서 하루만 지내보면 즉시 모습을 감춘다마을에서는 남자나 여자나 하루 종일 등이 휠 정도로 힘든 노동을 하기 때문이다.

- - -

예를 들어 2000년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를 하도록 집에서 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61퍼센트의 미국인이 라고 대답했다이에 비해 나이지리아인의 80퍼센트남아프리카인의 75퍼센트탄자니아인의 83퍼센트가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489)

- - 사회다윈주의는 경제적 진보란 경쟁과 적자생존에 대한 이야기라고 주장한다일부는 지배하고 또 다른 일부는 뒤처진다결국 삶은 투쟁이고 오늘날 세계는 그 투쟁의 결과를 반영한다.

자유시장 이론은 이 관점을 옹호해 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덤스미스 이래 경제학자들은 줄곧 경쟁과 투쟁이 경제생활의 한쪽 면에 불과하다는 점과 공공재를 제공하는 믿음과 협력 그리고 집합적 행위가 다른 한쪽 면이라는 것을 인식했다재산의 국가 소유를 통해 경제무대에서 불필요한 경쟁을 제거하려 했던 공산주의자들의 시도가 비참한 실패로 끝났듯이시장의 힘에만 의지하여 현대 경제를 관리하려는 시도 역시 틀림없이 실패할 것이다.

 

(492-493)

특히 오늘날 미국인들이 주로 이런 말을 한다미국인들은 다른 나라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자국의 안보와 중요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미국인들은 자국의 안보를 위해 군대를 더 믿는다미국은 대외원조보다 군대에 30배나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2004년 대외원조금액이 150억달러였던 반면에 군비지출은 4,500억 달러였다대외원조와 군비지출의 불균형이 미국과 비슷한 나라는 그리스밖에 없다.

- -

첫째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는 생각이다지난 10년간 행한 여론조사에서 여러 차례 드러났듯이 미국의 대중은 연방정부의 대외원조금액을 과대평가해왔다.

 

(503)

미국이 제공하는 제한된 원조 가운데 많은 부분은 미국 전문가(기술지원)나 긴급구호와 곡물지원에 할당되었지인프라나 교육 또는 공중보건에 대한 장기적 투자에는 별로 할당되지 않았다.

 

(527-528)

반지구화운동은 유명해졌는데나의 관점에서 살펴보자면 대부분 좋은 쪽으로 유명해졌다(시위자들이 선동하는 순간적인 폭력들을 제외하면 말이다). 나는 대체로 그 운동에 찬성해왔다특히 지구적 통치구조의 위선과 명백한 단점들을 폭로함으로써 부유하고 힘 있는 나라들이 오랫동안 계속해 온 자화자찬을 끝냈다는 점에서 그 운동을 환영했다시애틀 이전에 G8·IMF·세계은행 회의들은 지구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사를 늘어놓는 행사였고번영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는 은행가와 국제 금융가들이 자화자찬을 하기 위한 자리일 뿐이었다무의미한 연설들과 끊임없는 캌테일 파티들 사이에 세계의 빈민, AIDS, 인간 존엄성이 박탈된 소수 민족들권리를 상실한 여성들인위적인 환경 악화 등에 대한 언급은 별로 없었다시애틀의 가두시위 이후 극단적 빈곤을 끝내고 인권을 신장시키며 환경악화를 다루자는 의제가 국제 의제로 복귀했으며아주 가끔씩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534)

미국은 막대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그러나 이 힘의 정치적 유용성은 별로 크지 않다이라크 전쟁이 실제로 증명해 주었듯이 미국은 정복자일수는 있지만 통치자일 수는 없다신보수주의자들이 결코 이해하지 못한 것은 시대가 변했다는 사실이다불과 반세기전이라면 외국의 주민들이 어쩌면 미국의 통치를 용인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전 그런 시대는 끝났다미국은 이라크에서 해방자로 환영받지 못했고 오히려 정복자로 인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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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빈곤은 어디에 있는가

2장 경제적 번영의 확산

3장 왜 일부 나라는 번영에 실패하는가

4장 의학과 경제학의 유사성

5장 볼리비아의 초인플레이션 현상

6장 유럽으로 복귀폴란드의 경제ㅐ개혁

7장 정상의 회복러시아의 투쟁

8장 500년 만의 따라잡기중국의 재도약

9장 긴 시간에 걸친 희망의 승리 인도

10장 소리 없는 죽음아프리카의 질병

11장 이라크 전쟁이냐 빈곤의 퇴치냐

12장 빈곤 종말을 위한 현장 해결책

13장 빈곤에서 자본 축적으로 가는 선순환

14장 빈곤 극복을 위한 전 지구적 협정

15장 세상을 가치 있게 만드는 계산법

16장 자유주의 시장경제라는 그릇된 처방

17장 초일류국가 미국의 편견

18장 우리 시대의 도전

 

감사의 글

인용문헌

추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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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라즐로 복, 2015) file 넷볼러 2019.03.14 1
333 운동하는 아이가 행복하다 (정재용 외, 2018) file 넷볼러 2019.03.14 1
332 한국인의 거짓말 (김형희, 2016) file 넷볼러 2019.03.14 1
331 호모데우스 (유발 하라리, 2017) file 넷볼러 2019.03.14 1
330 좌익 축구 우익축구 (니시베 겐지, 2016) file 넷볼러 2018.09.21 5
329 지도에서 사라진 종교들 (도현신, 2016) file 넷볼러 2018.09.10 10
328 기술의 대융합 (이인식 기획, 오세정 외, 2010) file 넷볼러 2018.08.21 9
327 조선 4대 사화 (김인숙, 2009) file 넷볼러 2018.08.13 8
326 제국의 부활 (소준섭, 2012) file 넷볼러 2018.08.12 10
325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기본에 충실할까 (도쓰카 다카마사) file 넷볼러 2018.05.09 11
324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file 넷볼러 2018.05.06 16
323 당신의 직업이 사라진다 (데이비드 서, 이선) file 넷볼러 2018.04.15 27
322 아리랑 (님웨일즈·김산, 1984) file 넷볼러 2018.03.22 16
321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장하석, 2014) file 넷볼러 2018.03.01 28
320 축구철학의 역사 (조나단 윌슨) file 넷볼러 2018.02.05 29
319 판결 VS 판결 (김용국, 2015) file 넷볼러 2018.01.25 19
318 대논쟁 철학배틀 (하타케야마 소, 2017) file 넷볼러 2018.01.2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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