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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서 사라진 종교들, 도현신, 서해문집, 2016, 13,900.

 

 

인간의 인간다움은 존재의 불완전함에서 기인한다.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에서부터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 날씨나 외부의 공격 및 질병에 취약한 신체까지, 인간의 허약함은 지적인 능력을 제외하면 자연에서 그리 뛰어난 조건을 갖춘 생명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한 인간은 이러한 불완전함에서 오는 불안감을 극복(혹은 도피)하고자 종교를 만들었고, 따라서 종교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인간의 불완전함에서 시작된 종교지만 종교의 형태는 지역간, 문화간, 계층간에 따라 달랐다. 해양민족과 농경민족의 종교가 다르고, 지배계급의 종교와 피지배계급의 종교가 달랐다. 각 집단의 구성원들이 처한 자연환경과 사회적 조건에 따라 종교의 형태는 제각각이었다.

 

종교를 가진 집단, 민족의 운명에 따라 종교도 크게 영향을 받았다. 한 부족이 큰 부족에 흡수되면서 해당 부족의 종교는 흔적만 전하는 경우도 있었고, 어떤 종교는 큰 나라의 국교가 되면서 세계적인 종교로 성장하기도 했다. 특정 지역이나 민족의 신화와 신들이 다른 민족의 종교로 옮겨가기도 했고, 소수의 선교사들에 의해 문화와 환경이 전혀 다른 지구 반대편에서 성행한 종교도 있었다. 종교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를 믿거나 인간 스스로 정신적으로 초월해지기 위한 행위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믿음과 행위가 인간의 버림을 받으면서 존재의 의미를 잃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게 사라지거나 미약해진 종교들이 완전히 그 존재와 함께 증발해버린 건 아니었다. 역사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때때로 세계사를 움직이기도 하고, 후대에까지 그 흔적을 남기기도 했다.

 

현재 세계의 주요 종교라 할 수 있는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등도 인류의 역사와 함께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형태로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시대의 변화, 지배세력의 교체에 따라 교리나 세계관, 경전 해석 등에 수많은 변화가 있었다.

현대의 가장 큰 종교인 기독교만 봐도 그 교리와 경전에는 수메르와 바빌론 신앙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으며, 현재 소수의 신도만 남아 있는 조로아스터교의 종말론과도 상당히 유사하다. 또한 고대 페르시아의 태양신을 섬기던 미트라교는 로마를 거쳐 동서무역로를 통해 동양으로 전파되어 미륵불 신앙의 원형이 되었고, 이후 중국과 한국 등 동아시아 민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433, 정통 기독교 교단에서 파문당한 네스토리우스교는 13세기, 세계제국을 건설한 몽골에서 크게 번영을 누렸으며, 일한국을 창시한 훌라구는 기독교 신자를 아내로 두어, 1258년 이라크 원정에서 기독교 신도들에게 피해를 가하지 않기도 했다. 이처럼 사라지거나 사라져가고 있는 종교들이지만, 역사의 흐름 속에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세계사와 나라, 민족, 집단의 운명에 영향을 준 경우도 있었다.

 

운영자가 생각하기에, 인류는 종교가 삶에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오죽하면 호모렐리기우스(Homo religius)’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근대 이전의 국가들에서 종교와 정치가 일치하는 제정일치 국가는 많았다. 역사속에서 지구상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제정일치체제를 유지했다.

 

현대 사회에 이르러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는 체제가 나타나지만 아직도 중동에는 종교와 정치가 일치하는 나라가 대부분이다. 이슬람쪽교를 믿는 지역에 이런 제정일치 체제를 유지하는 나라가 많은데 이렇게 된 이유를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256)

오늘날까지 많은 이슬람 국가들이 종교 국가의 모습을 띠고, 서구식 민주주의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는 이슬람을 믿지 않는 이교도 서구인들이 만든 제도이기 때문에, 이슬람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2015년 통계청에서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인구가 56.1%1985년부터 실시된 종교 통계조사에서 처음으로 종교를 갖지 않는 인구가 과반을 넘었다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 종교들이 보여준 행태들이 영향을 준 것일 수 있다. 다시말해 기독교나 불교 모두 사회구원보다는 개인구원에 치중하다보니 나타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즉 개인의 축복, 성취, 성공에 몰두한 나머지 사회적인 약자에 무관심하거나 사회문제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온 것이 종교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늘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수메르와 바빌론 신앙, 미트라교, 조로아스터교, 만주족 신앙, 네스토리우스교 등 역사 속으로 사라졌거나 현재 그 존재가 미약해진 종교들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 도현신은 2013년 출간된 지도에서 사라진 사람들을 통해 훈족, 거란족, 에트루리아인 등 역사 속으로 사라지거나 근근이 명맥만 유지하며 기록에서 소외된 이들의 역사적 유산과, 현재에 남긴 흔적을 눈앞에 보여준 바 있다. 당시 집필을 진행하면서, 종교 또한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종교 자체도 다양한 변화를 겪어온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 지도에서 사라진 종교들에서는 사라진(혹은 사라져가고 있는) 신앙과 종교를 통해 그들이 영향을 준 세계사의 양상들을 들여다보는 한편, 사라져간 종교들의 흔적이 현재의 종교와 우리 삶에 남아 있음을 밝히고자 했다.

 

 

(24-25)

<길가메시 서사시>보다 후대에 기록된 구약성경 속 노아의 대홍수는 다분히 수메르와 바빌론의 대홍수 설화에서 영향을 받았다. 먼저 노아는 지우수드라나 우트나피쉬팀처럼 신을 섬기는 성직자이다. 신은 대홍수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노아에게만 알리며, 노아와 그 가족, 지상의 동물들을 태울 방주를 짓게 한다. 방주가 아라랏 산에서 멈추자, 노아는 까마귀와 비둘기를 보내서 물이 빠졌음을 확인한 뒤 지우수드라처럼 감사의 제물을 바치고 신의 축복을 받는다. 다른 대홍수와 비교해 보면 노아의 대홍수는 수메르와 바빌론의 대홍수 설화를 그대로 가져다가 등장인물의 이름과 내용만 약간 바꿔서 성경에 실은 것으로 보인다.

 

(26)

뱀이 인류에게 주어진 영원한 생명을 홈쳤다는 길가메시 설화는 그 후 중동의 다른 종교와 신화들에 큰 영향을 끼쳤다.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에서 한결같이 뱀을 악마의 화신인 나쁜 동물로 여기는 것도 길가메시 설화에서 뱀이 악역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29)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수메르와 바빌론 신화야말로 그리스 신화와 구약성격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옛 신들을 사라지지 않았다. 이름만 바꾸어 우리 곁에 계속 머물고 있는 것이다. 단지 우리가 그 사실을 잘 모를 뿐이다.

2015년 기준 세계 인구는 약 74억 명이며, 그중 약 38억 명 이상이 구약성경에 기반을 둔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 유대인은 선진문명이었던 수메르와 바빌론의 신앙에서 많은 요소를 빌려 구약성경을 썼다. , 고대 수메르인과 바빌론인의 종교에서 유대교가 태어났고, 그 유대교에서 다시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만들어져 세계 역사와 문화에 지울 수 없는 거대한 흔적을 남겼다. 수메르와 바빌론의 고대 신앙은 그 모습만 바꾸었을 뿐 오늘날까지 세계 역사를 움직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57-61)

이러한 선과 악의 이원론이 조로아스터교가 담고 있는 핵심 교리였다. 읽어보면서 무언가 익숙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그렇다. 바로 기독교에서 말하는 최후의 심판과 거의 흡사하다. 아후라 마즈다와 아흐리만과 사오시안트라는 이름을 신과 악마와 예수 그리스도로 바꾸면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닮았다. 이는 유대교와 기독교의 종말론이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신이 6일에 걸쳐 세상을 창조하고 그다음 쉬었다는 조로아스터교의 교리는 구약성경의 천지창조에 영향을 주었다. 안식일의 개념은 결코 유대인들이 독자적으로 창안해낸 것이 아니었다.

- -

조로아스터교의 사제는 마구스 Magus(복수형은 마기 Magi)’라고 불렀는데, 마법을 뜻하는 영어 단어 매직Magic이 여기서 유래했다. 신약성경을 보면 예수가 태어났을 때, 멀리 동방에서 황금과 몰약과 유향을 바치러 온 동방박사 세 사람이 나온다. 국내 번역성경에는 동방박사라는 단어로 되어 있지만, 그리스어, 영어 등 서구권 성경에서는 마구스로 표기되어 있다. 예수를 온 동방박사들은 조로아스터교의 사제였던 것이다.

마구스는 파충류아 해충, 해로운 새들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죽였다. - - -

또한 마구스는 결혼하여 아이를 갖는 일이 허락되었다. 다른 종교의 창지자들과 달리 조로아스터는 성욕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본성이며, 성욕을 일부러 억누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결혼과 출산을 통해 해소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여겼다.

조로아스터교는 200년 동안 세계 최강대국이었던 페르시아 제국 종교였다. 페르시아 제국은 주변의 수많은 이민족들과 교류했는데, 이 과정에서 조로아스터교가 이방인들에게 알려졌다. 페르시아와 가장 가까웠던 그리스인들은 조로아스터교의 최고 신 아후라 마즈다를 자신들의 최고신 인 제우스와 동일시했다. 이러한 생각은 그리스인과 로마인 모두 동일하게 갖고 있었다. 그들은 이민족의 신을 자신들의 신과 결부시켜 같은 존재로 여겼다.

페르시아와 교류한 중국인들은 조로아스터교를 배화교(拜火敎)라 불렀다. 이는 조로아스터교가 불을 숭배한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70-71)

조로아스터교의 교리는 유대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페르시아 지배 이후부터 유대교에는 신을 믿으면 천국에 가서 영원히 행복을 누리고, 신을 믿지 않고 악한 일을 하면 곧 악마를 따르는 것이니 죽은 이후에 악마가 지배하는 지옥에 떨어져 영원히 고통을 받는다는 교리가 생겨났다. 이 교리는 유대교에서 갈라져 나온 기독교와 이슬람교에도 그래도 전해졌다.

또한 종말의 시기가 오면 선한 신과 악한 신이 최후의 전쟁을 벌여서 선한 신이 승리하며, 사오시안트라는 구세주가 등장하여 인류를 구원한다는 교리도 유대교에 전파되었다.

 

(149)

일주일 중 화, , , 금요일의 영어 단어들은 모두 앵글로 색슨족을 포함한 도개 게르만족 신들의 이름에서 따왔다. 화요일인 튜즈데이(Tuesday)는 하늘과 맹세의 신 티우에게, 수요일인 웬즈데이(Wednesday)는 워든에게, 목요일인 서즈데이(Thursday)는 투노르에게, 금요일인 프라이데이(Friday)는 풍요의 신 프레이에게 각각 제사를 지내는 날이었다. 비록 기독교에 밀려 신의 자리는 잃었으나, 그들은 일주일의 이름속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

 

(187-188)

그래서 아즈텍인들은 태양신에게 힘을 복돋아주고 세상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 신들이 창조한 생명체 중에서 가장 고귀한 인간의 생명력의 원천인 심장을 바쳐야 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아즈텍인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주변의 다른 부족들을 습격한 뒤 포로를 신전으로 끌고 가 심장을 꺼내 태양신에게 바쳤다. 많은 포로들의 심장을 바칠수록 태양신이 기뻐한다고 여겼는데, 1487년의 대축제 때는 무려 8만명의 포로들이 제물로 바쳐졌다고 한다. 이렇게 잔혹한 인신공양을 일삼은 터라 아즈텍인들은 주변의 다른 부족들에게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나중에 스페인인들이 쳐들어 오자, 틀락스칼라족이 스페인과 동맹을 맺고 아즈텍에게 맞서 싸운 것도 아즈텍에게 당한 인싱공양에 복수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인신공양이 아즈텍을 멸망시킨 셈이다.

 

(242)

핀란드 신화는 다른 신화들에 비해면 평화를 사랑하고 폭력을 멀리하는 경향이 강하다.

 

(256)

오늘날까지 많은 이슬람 국가들이 종교 국가의 모습을 띠고, 서구식 민주주의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는 이슬람을 믿지 않는 이교도 서구인들이 만든 제도이기 때문에, 이슬람에게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295-297)

평화를 누리고 살던 오나족에게 19세기 후반 끔찍한 대앙이 찾아왔다. 유럽과 남미의 백인들이 총을 들고 티에라 델 푸에고 섬으로 쳐들어와서 오나족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것이다. 이 잔인한 유혈극의 배경에는 티에라 델 푸에고 섬으로 이주한 영국 목축업자들이 있었다. 1880년대부터 티에라 델 푸에고 섬에는 많은 영국인들이 이주해왔는데, 그들은 양떼를 키우기 위해서 섬 곳곳에 목장을 세웠다. 이는 불법적인 무단 점거였다. - - -

물론 오나족은 자신들의 고향에 멋대로 들어와서 양떼를 풀어놓고 사냥을 방해하는 영국인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 - - “우리 고향에서 어서 나가시오.” 라고 항의했으나, - - - 분노한 오나족 전사들이 영국인들이 키우는 양떼를 습격해 죽이거나 영국인들이 세운 목장에 침입하는 일도 늘어났다. - - -

마침 스페인에서 독립한 신생 국가 아르헨티나와 칠레도 영토를 남쪽으로 넓히기 위해서 오나족 살육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귀찮은 방해물인 오나족을 모두 없애고 나서 티에라 델 푸에고 섬을 차지하려는 속샘이 있었던 것이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이미 19세기 초반부터 군대를 동원해 아비폰족과 테우엘체족 등 원주민 부족들을 집단으로 학살하고, 그들의 영토를 빼앗은 정책을 취했다. 오늘날 아르헨티나 백인인구의 비율이 남미 국가들 중에서도 유독 높은 90%에 이르는 이유도 원래 그 땅에서 살던 원주민 부족을 모조리 죽여 없애고 유럽에서 백인 이민자들을 대규모로 불러왔기 때문이다.

 

 

서문

종교를 만든 종교들

1 수메르와 바빌론 신앙

종교의 어머니

2 오르페우스 신앙

환생과 윤희

3 조로아스터교

선한 신과 악한 신의 대립

4 마니교

페르시아에서 몽골까지 전파된 구세주 신앙

5 미트라교

미륵불이 된 태양신 미트라

 

종교가 몰아낸 종교들

6 드루이드교

아서왕 전설의 뿌리, 켈트족 신들의 이야기

7 앵글로-잭슨족의 고대 신앙

신들의 황혼

8 고대 아랍의 신앙

사라진 수백의 신과 정령들

9 리투아니아의 전통 신앙

유럽 최후의 '이교도'국가

10 아즈텍의 전통 신앙

신의 재림을 기다리며

 

기이하고 독특한 종교들

11 네스토리우스 교단

몽골 초원의 기독교

12 스코프츠이 교단

구원을 향한 거세

13 핀란드의 원시 신앙

시와 노래로 전해진 평화의 전통

14 마흐디 교단

세기말 구세주

15 만주족의 샤먼교

여자의 세상

16 오나족의 전통 신앙

동서남북 하늘의 신들

 

참고자료

No. Subject Author Date Views
329 운동화 신은 뇌 (존레이티, 에릭 하이거먼, 2017) file 넷볼러 2019.06.21 1
328 잡식동물의 딜레마 (마이클 폴란, 2008) file 넷볼러 2019.06.0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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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빈곤의 종말 (제프리 D 삭스, 2011) file 넷볼러 2019.03.1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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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 좌익 축구 우익축구 (니시베 겐지, 2016) file 넷볼러 2018.09.21 10
» 지도에서 사라진 종교들 (도현신, 2016) file 넷볼러 2018.09.10 14
318 기술의 대융합 (이인식 기획, 오세정 외, 2010) file 넷볼러 2018.08.21 13
317 조선 4대 사화 (김인숙, 2009) file 넷볼러 2018.08.13 11
316 제국의 부활 (소준섭, 2012) file 넷볼러 2018.08.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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