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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익축구 우익축구, 니시베 겐지, 이지호 옮김, 한스미디어, 2016, 14,000.

 

 

흥미로운 제목을 가진 이 책을 발견하고 웃음을 지었다. 무슨 정치적인 용어를 여기에 붙였을까?

 

저자는 축구 스타일로 좌익과 우익을 구분한다.

좌익은 체력보다 기술, 규율보다 자유, 자기 희생보다 자기표현, 승리보다는 점유율을 중심으로 하는 축구를 말한다. 이에 대해 우익은 철저한 승리지상주의다. 이기기 위해 수단 가리지 않으며 철저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을 노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좌익은 과정에 중심을 두고 우익은 결과에 치중한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지도자들을 분석하고 있는데, 위 기준을 염두에 두고 설명하는 내용을 보면 분석에 혼란이 많이 드러난다. 여기서 거론한 지도자들에 대한 나의 지식이 부족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뚜렷하게 누가 우익이고 누가 좌익인 지, 왜 그런 지에 대한 설명이 딱히 다가오지 않는다. 지도자들을 각각 특성있게 분석한 것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지만 좌우익으로 구분하는 것에 대해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1978년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우승으로 이끈 세사르 루이스 메노티 감독이 좌우익에 대한 구분을 했다. 그에 의하면 '좌익축구'는 숏패스에 기반한 기교적인 공격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FC 바르셀로나의 패스 플레이인 '티키타카'(1)를 떠올리면 쉽다. 이와 반대편의 플레이를 '우익축구'라고 하면 탄탄한 수비를 기본으로 최후방으로부터 시작되는 역습기회를 노리는 축구로써 전성기의 이탈리아 축구 '카테나치오'(2)를 떠올리면 쉬울 것이다. 이것이 표지에서 다투고 있던 과르디올라와 시메오네로 대표되는 전략의 대비이기도 하다.

 

(1) 티키타카: 스페인어로 '탁구공이 경쾌하게 왔다갔다 한다'는 뜻으로, 공의 소유를 최소화 하면서 짧은 패스로 공격을 주도하는 전술

(2) 카테나치오: 이탈리아어로 '빗장'을 뜻하며 강한 수비를 기반으로 실점을 최소화하는 전술

 

메노티 감독은 '아름다운 축구'의 본질에 가까운 것이 좌익축구의 패스플레이라고 보고 있고, 창의적인 플레이에 기반한 '좌익축구'에 편파적인 애정을 보인다. 이와는 반대로 '안티풋볼'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했던 무리뉴의 축구에서 보이는 '무조건 이기기 위한 축구'를 우익축구라고 설명한다.

 

평소 국가대표팀의 경기가 아닌 한 거의 축구경기를 보지 않는 나에게, 이 책은 축구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안겨주었다. 축구 좋아하는 매니아들에게 추천한다.

 

 

(38)

숫자상 다수를 차지하는 쪽은 재력으로 빅클럽에 대항할 수 없는 중소클럽이다.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라는 양대 강호가 리그를 지배하는 프리메라리가에서는 경기의 양상이 거의 고정되어 있다. 지방의 약소 클럽이 양대 강호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공간을 지우고 뒤로 물러서서 수비하다가 역습이나 세트플레이 등의 적은 기회를 살리는 수밖에 없다. - - -

다만 그런 중소클럽이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역습만을 노리는것은 아니다. 역습만을 노리는 팀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며, 반대로 볼 점유만을 하는 팀도 존재하지 않는다. 필드 위에는 역습을 주체로 하면서 볼 점유도 하는 팀과 볼 점유 주체로 하면서 역습도 시도하는 팀이 있을 뿐이다. 강호를 상대호 열세인 약팀은 뒤로 물러나 수비하면서 틈틈이 역습을 노리는 전법을 구사하지만, 시종일관 역습을 노리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 없을 때도 있고, 일부러 그러지 않을 때도 있다.

 

(41)

이런 식으로 약자의 축구, 우익 축구를 갈고 닦은 몇몇 팀은 계층구조의 상층부로 올라간다. 어느 날 갑자기 어딘가의 석유 재벌이 구단주로 취임하지 않는 이상은 조금씩 계단을 오르게 되며, 그 과정에서 자신들보다 약한 팀이 3팀에서 5팀이 되고, 10팀이 된다. 즉 이번에는 자신들이 과거에 자신들의 특기였던 하극상 축구의 도전을 받게되는 것이다.

우익 축구가 그대로 정점까지 올라가는 사례가 적은 이유는 그 과정에서 처지가 바뀌기 때문이다. 수비를 견고히 하면서 역습을 노리는 약자의 전법에서 가진 자로서 약자를 두들기는 스타일로의 전환에 성공한 팀이 약육강식 계층구조의 새로운 강자가 된다.

 

(83)

요미우리 클럽(현재 도쿄 베르디)의 감독을 역임한 카를로스 알베르트 실바는 리그에서 우승하는 방법에 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브라질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기도 했으며 우승 청부사라 불리는 그는 당시 일본 리그의 강호였던 요미우리 선수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여기 시즌 경기 수에 맞춰서 자른 커다란 케이크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케이크를 전부 먹을 필요는 없어. 하지만 나보다 약한 상대는 확실히 먹어치워야 해. 그리고 강한 상대는 남겨도 괜찮아(무승부 포함)”

자신보다 약한 상대에게는 반드시 승리하고, 강한 상대에게는 지지 않는 것. 이것이 리그에서 우승하기 위한 전법이라고 역설한 것이다.

 

(96)

히딩크는 좌익 축구의 나라인 네덜란드에서 우익적인 색채를 띠는 감독으로, 2002 한일 월드컵 때 한국을 4강으로 이끄는 승부사로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다만 극단적으로 역습을 지향하는 스타일은 아니며, 굳이 따지자면 좌익 축구의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 - - -

네덜란드의 축구는 기술과 전술을 중시하며 플레이 이론도 세부적으로 확립되어 있다. 마크를 떼어내는 방법, 공을 받는 방법, 패스를 보내는 방법 등등 세세한 작법이 있으며, 이러한 공격의 디테일은 우익 축구의 대국인 이탈리아가 수비의 디테일에서 극한을 보여주는 것과 대비된다. 지도법이 이론적인 네덜란드 감독은 각국에서 환영받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한스 오프트가 아이콘택트, 트라이앵글, 쓰리라인 같은 네덜란드 다운 디테일을 도입해 일본의 축구를 진화시킨 바 있다.

 

(142-143)

분명히 국가대항전에서는 내셔널리즘이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또 플레이 스타일이라는 측면에서도 국가대표팀은 명확한 특징이 드러날 때가 잦다. 과거에 국가대표팀은 그 나라의 클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모은 최정예 부대였다. 소집 형식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능력은 우수한 반면 팀으로서의 완성도는 클럽팀이 더 높은 경우도 있었으며, 그런 점에서 플레이의 특징도 클럽이 더 명확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현대는 국가대표팀과 클럽의 관계가 역전되어 오히려 국가대표팀이 더 로컬팀화되고 있다. 빅클럽은 다국적화가 진행되어 전력의 측면에서나 완성도에서나 국가대표팀을 능가한다. 순수하게 플레이의 질만을 비교하면 월드컵보다 챔피언스리그의 수준이 더 높다.

 

(184-185)

우익 축구의 발상은 전원수비·전원공격으로 귀결된다. (전원공격·전원수비가 아니다) 먼저 전원이 수비의 역할을 담당하며, 팀으로서 수비 조직을 강화해 실점을 막는다. 그런 다음 공격을 할 때는 그때그때 유리한 선수가 전방으로 달려가 효과적으로 역습을 한다. 현대 축구에서는 많은 팀이 이 원칙에 입각해 플레이를 한다. 그러나 전원 수비를 철저히 하려고 하면 아무래도 공격이 소홀해지게 된다. 그래서 일부 공격수의 수비 의무를 면제시켜 공격에 특화시킨다. 마라도나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인데, 그렇게 하면 나머지 선수 9명은 수비 부담이 조금씩 늘어나므로 아무래도 수비적인 선수의 비율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공수가 모두 능한 만능 선수 10명을 배치할 수 있다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실제로는 개인 능력이 높은 공격수를 한두 명 기용하고 나머지 선수로 수비가 가능하도록 팀을 편성하는 것이 안전하다.

공격을 몇 안되는 공격수의 능력에 의존하는 이상, 그 선수는 자신이 지닌 능력을 최대한으로 가동하게 된다. 잉글랜드 선수 6명을 제치고 골을 넣은 마라도나처럼 고립되어 있기에 개인기를 발휘하기 용이한 상황이 만들어지며, 그렇기에 개인의 능력이 더욱 두드러진다. 우익 축구는 현실적으로 소수의 특권계급+노동자의 구도가 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206)

소련의 전차가 부다페스트를 침공했을 때 다수의 국가대표 선수를 보유한 혼베드 FC는 유러피언컵의 원정경기를 위해 스페인에 있었는데, 경기에서 아틀레틱 빌바오에 패한 뒤 귀국하지 않고 세계를 돌며 친선경기를 열었다. 그리고 에이스인 페렌츠 푸슈카시가 모국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고 산도르 코치슈와 졸탄 치보르가 바르셀로나로 이적하는 등 주력선수가 뿔뿔이 흩어짐에 따라 매지컬 마자르는 해체되고 만다.

 

 

 

감수의 글 : 우리 시대 가장 유니크하고 흥미로운 축구 서적 _ 한준희

프롤로그

 

CHAPTER 1 좌익 축구와 우익 축구

좌파의 현자 메노티의 말

스코틀랜드에서 탄생한 좌익 축구

카테나치오와 승리지상주의

역습만 하는 축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중의 저항 수단으로서의 역습

 

CHAPTER 2 좌파와 우파의 초상

날카로운 기백의 우파 디에고 시메오네가 이끄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좌익의 거성 과르디올라

중도 무리뉴의 비범한 평범함

 

CHAPTER 3 좌파와 우파의 초상

극과 극은 통한다

클롭의 아나키적인 매력

벵거의 유토피아

중도좌파? 비엘사와 그 일파

 

CHAPTER 4 국가대표팀의 좌익과 우익

브라질 : 푸테보우 아르테라는 유산

이탈리아 : 1 0DNA

독일: 번갈아 나타나는 두 개의 얼굴

아르헨티나: 메노티파 대 빌라르도파

프랑스: 장군과 이민자와 이탈리아

 

CHAPTER 5 유럽 축구를 통해 보는 좌익과 우익의 흥망소사

스코틀랜드가 전파한 좌익 축구

헝가리 광시곡

카테나치오의 대두

리스본 라이온즈와 토털 풋불

현대 축구의 분기점인 크루이프와 사키

 

에필로그

감독들의 좌우 스펙트럼

No. Subject Author Date Views
332 공감의 시대 (제레미 리프킨, 2010) file 넷볼러 2019.11.08 2
331 뇌는 춤추고 싶다 (장동선, 줄리아 F. 크리스텐슨, 2018) file 넷볼러 2019.10.06 4
330 맨발로 뛰는 뇌 (존 레이티, 리처드 매닝, 2016) file 넷볼러 2019.08.15 14
329 운동화 신은 뇌 (존 레이티, 에릭 하이거먼, 2017) file 넷볼러 2019.06.21 31
328 잡식동물의 딜레마 (마이클 폴란, 2008) file 넷볼러 2019.06.07 19
327 스포츠 리터러시 (최의창, 2018) file 넷볼러 2019.04.01 41
326 코칭이란 무엇인가(제2판) (최의창, 2018) file 넷볼러 2019.03.14 21
325 ​​​​​​​빈곤의 종말 (제프리 D 삭스, 2011) file 넷볼러 2019.03.14 27
324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라즐로 복, 2015) file 넷볼러 2019.03.14 19
323 운동하는 아이가 행복하다 (정재용 외, 2018) file 넷볼러 2019.03.14 28
322 한국인의 거짓말 (김형희, 2016) file 넷볼러 2019.03.14 20
321 호모데우스 (유발 하라리, 2017) file 넷볼러 2019.03.14 29
» 좌익 축구 우익축구 (니시베 겐지, 2016) file 넷볼러 2018.09.21 28
319 지도에서 사라진 종교들 (도현신, 2016) file 넷볼러 2018.09.10 30
318 기술의 대융합 (이인식 기획, 오세정 외, 2010) file 넷볼러 2018.08.21 29
317 조선 4대 사화 (김인숙, 2009) file 넷볼러 2018.08.13 25
316 제국의 부활 (소준섭, 2012) file 넷볼러 2018.08.12 31
315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기본에 충실할까 (도쓰카 다카마사) file 넷볼러 2018.05.09 33
314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file 넷볼러 2018.05.06 117
313 당신의 직업이 사라진다 (데이비드 서, 이선) file 넷볼러 2018.04.15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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