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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스포츠 퍼펙트 마일 (닐 배스컴)

넷볼러 2013.04.27 10:27 Views :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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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마일, 닐 배스컴, 생각의 나무, 2004, 13,800원

 

 

여의도중에 근무할 때는 일주일 보통 한 두번씩 런닝머신에 올랐었다. 짧게는 5km 길게는 10km정도를 달렸다. 한강이 지척이라 강변에서 뛸 수도 있었다. 누구는 런닝머신에서 뛰는 걸 싫어하고 그럴 시간 있으면 밖으로 나간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나는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실내에서 뛰었다. 그러나 2010년 영원중으로 옮긴 후 단 한 번도 런닝머신 위를 달린 적이 없다. 산을 오르거나 자전거를 탄 것이 전부다. 달리기를 한 것이 벌써 3년이 넘은 것이다.

 

이제 달리기 보다는 산에 오르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이 더 일상화되었다. 사실 달리기는 여의도중에 체력단련실이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운동이었다. 그러나 이제 체력단련실이 없으니 그게 그리 쉽지 않은 운동이 되어 버렸다.

산은 주말에 특별히 시간을 내야 갈 수 있고, 한강에 나가 자전거를 타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데, 달리기는 웬지 어려운 운동이 되었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

(에밀 자토펙 : 1952년 헬싱키 올림픽 5,000미터, 10,000미터, 마라톤 우승자)

 

“1마일 4분‘의 영광을 달성하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소망입니다. 하지만 그건 하나의 기록에 지나지 않습니다. 육상의 정수는 경주라고 할 수 있요. 시간과의 경쟁이 아닌 인간 대 인간의 경주 - - - ”

(로저 배니스터)

 

자신에게 가능한 일, 또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무엇이든 시작하라. 용기란 힘과 재능, 그리고 마법을 담고 있으니 - - -.

(괴테)

 

 

로저 베니스터, 존 랜디, 웨스 산티는 동시대를 살았던 최고의 달리기 선수였다. 국적과 살아온 배경은 다르지만 이들은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렸다. 1마일을 4분 내에 달리려는 것이 그것이다.

 

스포츠가 프로화되고 상업화된 지금이야 경기에서 이기거나 좋은 기록을 내면 돈을 버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들이 뛰었던 1950년대는 프로가 일반화되지 않은 시대였다. 이들은 그저 자신의 의지와 노력 하나만으로 달렸다. 웨스 산티는 프로화되는 경향이 나타나지만 로저 배니스터와 존 랜디는 자신의 학업을 충실히 하며 운동을 했다. 책 곳곳에서 진정한 아마추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의 운동선수들은 오로지 운동에 올인(all in)하는 삶을 살고 있으나 이런 운동방식이 선수들의 인생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최저학력제’, ‘공부하는 운동선수’ 등의 말이 나오고 있다. 학교체육진흥법에 이런 조항이 들어갈 정도로 선수들의 학업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으나 아직 현장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잘 반영되지 않고 있다. 지금도 운동선수들은 공부는 접은 채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운동해서 성공한 선수들이 매스컴의 조명을 받고 그렇지 않은 선수들의 망가진 인생은 드러나지 않은 채 우리 사회는 굴러가고 있다.

 

존 랜디나 로저 배니스터 같이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삶이 일반화되는 시대가 되길...

 

 

(30)

- - - 이러한 우승을 통해 얻은 것은 친구들의 놀라움과 호감뿐만은 아니었다. 이 경주는 불안정했던 그의 인생도 어느 정도 바로잡아 주는 것 같았다. 이윽고 아웃사이더가 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극복하고 공부를 계속하면서 친구들과의 활동이나 음악, 고고학 등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48)

산티에게 달리기는 일종이 놀이였다. 그는 어딜 가든 달려서 갔다. “저는 그냥 빈둥빈둥 시간을 보낸 것이 싫었어요.” 그는 이렇게 말했다. “괭이를 가져오라고 하면 달려가서 가져왔죠. 헛간에 갈 일이 있어도 달려서 가곤 했어요.” 그 마을에는 버스가 한 대밖에 안다녔는데 그것도 평상형 트럭처럼 생긴 버스였다. 그래서 그는 학교까지 8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달려갔다. 이른 오후에 집에 돌아와서도 집에서부터 밭까지 달려가서 쟁기질을 돕거나 소들을 우리에 집어넣었다. 축사에는 400마리가 넘는 소들이 있었다.

 

(131-133)

랜디가 급하게 메모해 놓은 트레이닝 방법은 이제 엄격한 계획으로 바뀌어 있었다. 호주의 이른 봄(북반구의 가을)이 지나갈 때까지 함께 트레이닝을 받던 친구들과 세루티는 스칸디나비아를 여행했고 랜디는 혼자 끊임없이 달렸다. 하지만 매일 농업과학 공부 과제와 예습을 끝내고 나서 한밤중이 되어서야 트레이닝을 시작할 수 있었다. 밤 11시경, 때로는 자정이 지난 시각에 그는 부모님과 네 명의 형제들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집을 빠져나왔다. 가족들은 그가 이렇게 열성적으로 노력하는 사실조차 거의 모르고 있었다.

- - - “언제나 정신상태가 육체를 설득하는 법이죠” 오늘은 너무 피곤하니까 달리기는 내일로 미루자고, 혹은 하루 정도는 빼먹어도 괜찮을 거라고 합리화 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딱 두세 바퀴만 돌자고 자신을 설득했다. “자동차가 출발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처음에 시동을 걸고 출발할 때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일단 출발하고 나면 막힝없이 굴러가죠.” 헬싱키 올림픽에서 돌아온 후로 랜디는 단 하루도 트레이닝을 빼먹은 적이 없었다. 이것은 순전히 의지력의 훈련이었다.

- - -

트레이닝에 들어가면 한 시간 반 동안 600야드 트랙을 약 90초에 걸쳐서(또는 440야드 트랙을 약 65초에 걸쳐) 한 바퀴 돌고 그 다음 바퀴는 조깅으로 4분에 걸쳐 도는 방식을 여덟 번에서 열두 번 정도 반복했다. 일주일에 5일 밤은 이러한 과정으로 자신을 육체적인 능력의 한계까지 밀어붙였고 나머지 이틀 밤은 1마일에 5분 30초에서 6분 정도의 페이스로 멜버른 외곽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7마일 이상 달렸다.

- - -

그는 이처럼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서 자신이 극기심을 시험할 수 있었다. 랜디는 매일 아침 8시에 집을 나와서 콜필드 역까지 1마일을 걸어가서 시내로 향하는 열차를 탄다. 이따금씩 그의 걸음이 너무 늦다며 수군거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전날 밤 랜디가 어느 정도까지 몸을 혹사시켰는지 알 턱이 없었다. 멜버른대학교에 도착해서 그는 토양학과 세균학, 농촌경제학 등의 전공수업을 듣고 같은 과 친구들과 점싱을 먹는다. 그런 다음 오후 수업을 듣고 다시 이스트 멜버른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 그는 - - - 대개는 곧바로 방으로 달래들어가 몇 시간 동안 학과공부를 한다음 다시 신발을 신고 트레이닝을 하러 나갔다. 그리고 자정이 훨씬 넘어서야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침대에 쓰러지곤 했다.

이렇게 빡빡한 일과 때문에 그에게는 여자 친구를 사귈 시간이나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이 전혀 없었고, 심지어 누이들과도 시간을 보내기가 힘들었다. 수면시간도 많아야 하루에 예닐곱 시간이었으니 늘 부족한 상태였다. 하지만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220)

- - - 랜디는 항상 배니스터와 산티의 달리기 소식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발전이 그리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나름대로 트레이닝 과정을 따르고 있었고 결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생각이었다. 1마일 기록을 추구하는 것은 ‘그 자신’이 얼마나 잘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이지 4분의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는 국가의 명예를 위해서가 아닌, 바로 자신을 위해 달렸던 것이다.

 

(233)

8월 3일, 베를린에서 산티는 겉만 번지르르한, 하지만 실상은 원맨쇼에 지나지 않는 일을 끝내기로 결심했다. 몇 주 동안 그는 스타디움에 수만 명의 팬들을 동원했다. 하지만(입장권 판매자인 경기 주최측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각국 아마추어운동경기협회의 임원들은 그를 포함한 미국 선수단원들에게 최소한의 간단한 식사만 제공했을 뿐, 하다못해 디저트나 커피조차 사비를 들여 따로 주문해야 했다. 대단한 지원을 해주지도 않으면서 이들 가운데 한 명이라도 규정을 어기면 어김없이 비난이 돌아왔다. 게다가 늘 그랬듯이 우승 상품은 기념 명판이나 샤프펜슬, 싸구려 시계 들이 고작이었다. 지금 산티는 며칠 뒤에 있을 영국 체전처럼 한두 번 있을까 말까 한 좋은 경기를 위해 힘을 비축해야 했지만 그러기는 커녕 한 시도 쉬지 않고 무보수로 일을 하고 있었다. “그건 말 그래도 일이었어요.” 후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의 목장에서 오랫동안 무보수로 일해 본 그였기에 자신이 이용당하고 있음을 누구보다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328)

“물론 ‘1마일 4분’의 영광을 달성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소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건 그저 하나의 기록에 지나지 않습니다. 육상의 정수는 경주라고 할 수 있죠. 시간과의 경쟁이 아닌 인간 대 인간의 경주...., 앞으로 이 경주에 눈을 돌려볼 생각입니다.”

 

(360)

랜디에게 추진력을 준 것은 자신을 한계선까지 밀어붙여 보려는 투지 뿐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갔고 결코 뒤돌아 보지 않았다. 그의 경주는 다른 선수들이 어떻게 달리느냐 보다는 개인적인 도전과 관련한 것이었다. 호주에서 그를 위협할 만한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는, 그래서 그는 이렇게 혼자서 달리는 경주밖에 모른다는 점도 어느 정도 작용했겠지만 그의 성격 자체가 더 크게 작용했던 것이다.

 

(406-416)

랜디는 다른 선수들을 따돌리고 첫 번째 바퀴의 결승선 쪽 직주로에 들어가면서부터 팔다리를 부드럽게 움직이며 분명하게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핼버그가 2위, 베일리가 3위, 배니스터가 4위였다. - - -

두 번째 바퀴에서 랜디는 정열적으로 노력을 쏟았다. 발의 부상 따위는 잊은 지 오래였다. 1/4바퀴 까지는 속도를 아껴가며 힘을 비축했다. - - -

- - - 2분만 더 버티면 모든 게 끝난다. 세 번째 바퀴로 접어들면서 배니스터는 혼자 중얼거렸다. 정말 모든 게 끝난다. 그는 계획대로 잘 달리고 있었지만 너무 멀리 뒤처졌다. 하지만 상대는 놀라우리만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배니스터는 또다시 확신이 약해지는 것을 느꼈다.

벨이 울렸을 때 랜디의 기록은 2분 58초 4였고, 배니스터는 그보다 겨우 0.3초 뒤져 있었다. 20야드 뒤에서 퍼거슨이 3위로 달리고 있었고 - - -

랜디는 첫 곡주로에 들어서서 어깨 너머로 뒤를 힐끗 보았다. 배니스터의 그림자가 보였고 숨소리가 들렸다. 사냥꾼이 너무 가까이 와 있었던 것이다. 이제부터 경주를 해야한다. 배니스터는 아직 그 레인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젠 정말 나아가야 할 때였다. 랜디는 더욱 빠른 페이스로 용감하게 트랙을 달려 나갔다. 이것이 그의 공격이었다.

- - -

배니스터는 마지막 곡주로를 돌면서 랜디가 아직까지 저렇게 힘차게 달리고 있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 이 선수는 정말 기계 같았다. 배니스터는 세 번째 바퀴에서 벌써 자신의 균일한 페이스를 버틴 터라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지쳐 있었다.

결승선 쪽 직주로가 가까워지자 배니스터는 마지막 도약을 위해 힘을 결집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다.

곡주로는 벗어나면서 랜디는 자신이 마침내 배니스터를 따돌렸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배니스터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랜디의 다리에도 더 이상 힘이 남아 있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는 자신의 성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왼쪽 어깨 너머로 뒤를 돌아보았다.

바로 그 순간 배니스터는 길디 긴 두 번의 스트라이드로 오른쪽에서 랜디를 돌아 나왔다. - - - 결승선을 70야드 앞두고 배니스터는 선두를 잡았다. 짜릿함이 밀려들었다. 승리다.

- - - 랜디가 5야드 뒤쳐져서 2등으로 들어왔다.

- - - “이번 대회의 꽃이었던 1마일 경주의 승자는 로저 배니스터로 3분 58초 8을 기록했습니다. 2위는 존 랜디로 3분 59초 6을 기록했으며, 3위는 - - -”

 

(423)

- - - 닐센은 간격을 좁혀보려 애썼지만 배니스터는 끝까지 속도를 늦추지 않고 긴 스트라이드로 결승선까지 달려가 여유롭게 승리를 거두었다. 은메달을 획득한 닐센은 경주가 끝나고 기자들에게 중거리 달리기를 포기하고 론테니스에 집중해야겠다고 선언했다. 배니스터의 마지막 전력질주가 그 정도로 파괴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곧 닐센은 이 멋진 영국 주자를 더 이상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터였다. 결승전이 끝나고 배니스터가 이번이 자신의 마지막 경주였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는 육상에서 은퇴하고 의학에 매진할 생각이었다.

112일이라는 기간 동안 배니스터는 1마일 장벽을 깨고, 세인트메리를 졸업하고, 의사시험을 통과하고, 미래의 아내 모이라에게 청혼을 하고, ‘세기의 1마일 경주’에서 존 랜디를 이기고, 유럽 챔피언십에서 1,500미터 금메달을 획득하고, 레지던트가 되었다. 한마디로 모든 걸 해낸 셈이다.

 

(428-429)

두어달 후 랜디는 캘리포니아로 날아가 멜버른 올림픽 홍보를 도왔다. 그는 연속적으로 4분 이하의 기록을 냄으로써 미국 육상 팬들의 영웅이 되었기 때문에 1956년 올림픽 대회의 입장권을 판매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 - - 결국 그는 올림픽 1,500미터 결승점에서 아쉽게도 3위를 하고 말았다. 금메달을 목에 건 론 델러니는 캘리포니아에서 랜디에게 패했던 선수였다. 하지만 랜디는 밴쿠버에서처럼 자신의 불운에 대해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올림픽 대회 이후로 그는 두어번 경주에 더 참가하다가 1957년 2월, 스물여섯살의 나이로 은퇴를 선언했다.

웨스 산티는 결국 4분의 장벽을 깨지도, 1956년 올림픽에 참가하지도 못했다. 두 가지 모두 1954년 여름이 끝날 무렵 해병대 신병 훈련을 마치고 달성하려던 야망이었는데 말이다.

 

(435)

1954년 이후 세계의 1마일 기록은 진보를 거듭해 왔다. 랜디의 기록은 3년 363일 후, 요크셔의 데릭 이봇슨이 한달전 태어난 딸에게 1마일 기록을 선물하기로 한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런던에서 3분 57초 2의 기록을 내면서 마침내 깨졌다. 1958년 8월 6일, 퍼시 세루티가 키운 또 하나의 신동으로 널리 알려진 호주의 허브 엘리엇이 더블린에서 3분 54초 5의 기록을 내며 이봇슨의 기록을 거의 3초나 단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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