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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현의 창(窓)과 창(槍)]체육개혁의 시작과 끝은 전국체전

 

https://m.sports.naver.com/column/columnRead.nhn?expertId=1330&columnId=88808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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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고(故) 최숙현 선수 사태이후 한국 체육의 체질 개선을 위한 처방책이 잇따르고 있다. 백가쟁명(百家爭鳴)식 정책들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지만 한국 체육의 본질적 개혁을 위해 반드시 손을 봐야 할 게 빠져 있어 펜을 들었다. 체육개혁을 논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부문은 전국체전이라는 사실은 땀냄새 물씬 풍기는 체육현장을 발로 뛰어다닌 필자의 확신이다. 한때 한국 체육 발전의 든든한 발판이었던 전국체전이 이제는 한국 체육의 제반 모순구조의 응축체로 전락한 건 아이러니다. 전국체전이 숱한 문제점 속에서도 큰 틀을 그대로 유지한 채 명맥을 이어왔다는 사실은 어떠한 명분이 이데올로기로 기능했을지도 모른다는 추론을 암시해 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추론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 체육의 역사적 전통성인 경쟁의 가치가 극대화되면서 생긴 성적지상주의의 영향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한국체육에 큰 영향력을 끼친 성적지상주의도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는 없었다. 시대정신과 시민사회의 눈높이가 더이상 체육의 퇴행을 두고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체육이야 거친 콘텐츠이기 때문에 때론 폭력적인 문화도 용인해줄 수 있다는 관용의 미덕이 관성의 법칙처럼 체육계를 지배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게 바로 성적지상주의가 한국 체육에 남긴 어두운 그림자일 게다. 때론 그 불편함이 싹을 튀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도 했다. 그것들을 가능하게 한 토양이 바로 전국체전이다.

성적지상주의의 원흉, 훈련비 착복 및 금품 갈취 등 각종 금전 사고의 뇌관 등 전국체전이 체육계 부정부패의 온상이라는 걸 이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러나 한국 체육에서 문제가 터질 때마다 전국체전은 비판적 논의에서 쏙 빠졌다. 전국체전을 절박하게 지켜야 할 기득권층의 눈 먼 욕심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체육 기득권층이 제일 먼저 지키고 보호해야 했던 게 도시간 경쟁이라는 전국체전 고유의 틀이다. 그들의 물적토대가 바로 전국체전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형성되고, 그들의 권력관계 역시 전국체전이라는 오래된 역사적 이벤트를 통해 더욱 단단해졌다. 그래서 전국체전은 체육개혁의 역린(逆鱗)으로 통했다. 모순의 핵심을 찔러야 할 전문가 조차도 전국체전이 어떠한 ‘검은 커넥션’에 연결돼 있는지 제대로 몰라 전국체전은 늘 개혁의 사각지대에서 몸을 숨길 수 있었다.

이번 최숙현 선수 사태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정책 대안들 중에서 전국체전을 개혁해야 한다는 논의는 들리지 않았다. 정확하게 이 같은 사실을 간파하고 있는 사람들은 전국체전을 통해 기생하는 체육 기득권층이었기 때문에 이를 들춰낼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개혁주의자들은 이러한 내밀한 구조에서 배제돼 있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할 수 없었다.

전국체전은 한국 체육의 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그 가치를 상실했다. 전국체전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발판이 되지 못한 지는 이미 오래다. 도시간 경쟁이라는 허울좋은 명분은 ‘눈 먼 돈’을 빼먹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과대포장된 선수들의 스카우트비는 누구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가는 것일까? 전국체전 한 대회를 뛰어주는 대가로 주어지는 출전비는 과연 합당한가? 그리고 메달리스트에 주어져야 할 포상금은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가? 한국 체육계에서 가장 껄끄러우면서 불편한 질문이 집중되는 무대가 바로 전국체전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드물 게다. 한국 체육의 사실상 모든 문제점은 전국체전과 맞닿아 있다고 보면 된다. 한국의 체육권력이 전국체전이라는 먹잇감을 통해 불편한 몸집을 키웠다면 시대에 맞게 전국체전을 개혁하는 게 한국 체육에 주어진 가장 큰 임무요 숙제다.

전국체전을 통해 형성된 체육권력의 구조화는 생각보다 뿌리가 깊다. 사실상 체육 지도자 대부분은 전국체전이라는 이벤트 하나에 목을 매고 생활하고 있다. 부인하고 싶겠지만 한국 체육의 냉정한 현실이다. 전국체전을 통해 권력의 위계질서를 재편하고 그에 따른 비정상적인 구조를 이용해 공공재원을 빼 먹는 시스템,이게 바로 한국 체육을 휘감고 있는 ‘검은 커넥션’의 내밀한 구조라는 사실을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체육계의 모든 문제는 돈에서 시작해 돈으로 끝나는 특징이 있다. 즉 가치와 명분보다는 돈을 중심으로 조직과 문화가 움직이는 게 체육계의 생리다. 그런 점에서 전국체전은 한국의 스포츠 산업 에서 가장 큰 손이라는 비아냥은 귀담아 둘 만하다. 3500여억원의 대한체육회의 예산과 5000여억원의 17개 광역시·도체육회의 예산은 한국 체육의 든든한 재정젖줄이지만 피같은 돈이 제대로 쓰여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선수와 경기력 향상에 쓰여져야 할 돈이 권력관계로 재편된 체육 마피아들의 호주머니를 불리는 ‘눈 먼 돈’이 되어서는 사회적으로도 큰 낭비다. 체육계에 만연된 폭력 등 반인권적 작태도 찬찬히 뜯어보면 대부분 돈과 연결돼 있다. 인간의 합리적 이성을 마비시켜 비이성적 조직 문화에 순응하게 만드는 장치가 바로 공포를 심어주는 폭력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리한 지적이다. 그런 점에서 폭력은 결코 폭력으로 그치지 않는다. 폭력이라는 수단을 통해 관철시켜야 하는 또 다른 목적이 반드시 숨어 있게 마련이며 그것의 대부분은 돈과 결부돼 있다는 게 필자가 체육현장에서 터득한 경험이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 체육의 제반 모순구조의 응축체로 전락한 전국체전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도시간 경쟁이라는 가치와 명분은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는다. 새 시대에 걸맞게 누구나 공감하는 명분과 가치를 전국체전의 새 옷으로 갈아 입히는 게 필요하다. 전국체전이 더 이상 동네 운동회 같은 취급을 받아서도 곤란하다. 추락한 권위를 회복하고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체육의 최정상을 가리는 대회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전국체전이 바로 서지 못하면 한국 체육의 미래는 물론 한국 체육의 개혁도 없다. 모든 길은 전국체전으로 통한다. 적어도 한국 체육에서는….

편집국장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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