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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게임 더?'를 묻는 그날까지, 생활체육을 꿈꾸다. 만나고 싶었어요/ 서울교육 생생이야기

 

http://blog.naver.com/seouledu2012/110136711429

 

‘짬짬이’ 운동에서 스포츠클럽 리그까지, 풀뿌리 체육을 기르는 이민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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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 생활하면서 대부분의 토요일은 학생들의 체육활동을 위해 썼어요. 제 사비도 나가고···. 그래서 제가 부인한테 ‘당신은 전공을 잘못 선택한 사람을 잘못 선택했다.’고 그랬어요.”라고 말하며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는 이민표 씨(48)는, 서울시교육청 체육 파견 교사다. 혹시 체육 수업이나 스포츠클럽 뉴스를 관심 있게 찾아봤다면, ‘이민표’란 이름이 낯익을 수도 있다. 그는 스포츠클럽이니, 요새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넷볼이니 하는 체육교육계 ‘뜨거운 열쇳말’들이 물 위로 떠오르기 전부터 ‘즐겁고 교육적인’ 체육을 위해 두 팔을 걷어 붙여왔다.

 

<‘풀뿌리 체육’으로 학교의 운동 세계가 넓어지다>

 

십여 년 전만 해도 체육 수업에서 접하는 운동은 축구, 농구, 뜀틀, 매트 같은 ‘전통적’인 종목이 다였다. 요즘 청소년들의 체육 교과서 속에는 넷볼, 티볼, 킨볼 같은 이른바 ‘뉴 스포츠’들이 실리면서 더 넓은 운동 세계가 열렸단다.

 

뉴 스포츠의 특징은 새롭고, 체력소모가 적어 쉽다는 것. 이 씨는 2000년 전국체육교사모임 연수에서 ‘넷볼’을 시작으로 뉴 스포츠를 접하게 됐다. 넷볼은 농구와 유사하지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제한하고 몸싸움도 허용하지 않아 체력적 부담이 덜한 운동이다. 그는 ‘이 운동이라면 기존 종목에 싫증 난 학생이나, 운동신경이 부족해 수업에서 소외당한 학생들도 즐겁게 할 수 있겠다.’싶어 2002년부터 학생들과 넷볼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나 새로운 것은 늘 반대와 부딪히는 법. 당장 선배 체육교사들부터 ‘교과서에도 없는 걸 왜 가르치느냐’고 말렸단다. 평가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니 정해진 교과 진도를 다 마치고 남은 시간을 짬짬이 이용해야만 했다. 하지만 찰나의 체험에도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영남중학교는 야구부가 있는데, 야구부 훈련을 하는 동안에는 운동장을 못 써요. 그러니까 여학생들이 골대를 근처 공원까지 옮겨 갈 정도로 넷볼에 푹 빠졌어요.” 현장의 ‘입소문’덕에 눈칫밥에서 시작한 ‘짬짬이’ 운동이 결국 교과서를 바꾸기에 이른 것이다. 시작은 고단했지만, 덕분에 밑에서부터 단단히 뿌리박은 풀뿌리 체육이 자라났다.

 

<선수들만 경기하란 법 있어?>

 

2002년, 모두가 ‘대~한~민국!’을 외친 여운에 시달릴 때 이민표 씨는 힘차게 ‘영남중’을 외쳤다. 인터넷 언론의 주최로 ‘스포츠피플21컵’이라는 서울시 최초의 넷볼 대회가 열린 것이다. 리그전으로 운영된 이 대회에서 초대 우승을 차지한 팀이 바로 이민표 씨가 지도했던 영남중학교였다.

 

그리고 리그전 우승은 생각지도 못한 경기 기회를 가져왔다. “서울은 최초였지만 넷볼협회가 있는 전주에서는 90년대부터 경기가 있었는데, 서울 우승팀과 전주 우승팀이 경기를 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왔어요.” 그때만 하더라도 운동을 전공하지 않는 학생끼리 지역을 오가며 경기를 하는 것은 ‘파격’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학교와 협의가 잘돼 야구부의 ‘이스타나’ 봉고차까지 빌려 전주를 향했다. “경비를 아껴야 해서 학생들이 전주팀 선수들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어요. 학교에서 공부만 하던 아이들이 다른 지역 학생과 경기를 하고, 홈스테이했던 게 얼마나 즐거운 경험이었겠어요.”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 된 당시 학생 중에는 작년 스포츠클럽리그전 넷볼 심판을 보는 사람도 있더랬다.

 

그 이후부터 ‘뉴 스포츠’와 각종 리그 대항전 경험이 축적해 온 그는 지금 서울시교육청 체육건강과 파견교사로 나와 힘을 보태고 있다. “작년부터 서울시교육청 스포츠클럽 리그가 기존의 스포츠 대회와는 다른 방식으로 시작됐습니다. 리그를 확대하고, 새롭게 운영해야 하는데 실무적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필요했던 거죠.”

 

기존의 스포츠 대회는 시나 도 단위의 중앙청이 아니라 구(區)별 지역청이 중심이 돼 토너먼트 식으로 경기했다. 하지만 지역청 단위로 하면 출전팀이 적은 종목들은 겨룰 팀이 없고, 토너먼트는 한 번 지면 그대로 끝나는 제도라 학생이 경기 경험을 쌓기 어려웠다. 운동의 즐거움이나 효과를 느끼기 어려운 구조였던 것이다. 그래서 서울시교육청은 작년부터 홈&어웨이(홈 경기와 출장 경기 병행) 방식으로 10개 경기를 치르는 리그전을 도입하고, 종목별로 3~4개 팀씩 묶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중학교만 참여했던 것에서 초․중․고등학생으로 참여 대상도 확대되고, 7개 종목 136팀이던 대회 규모도 10개 종목 737 팀으로 대폭 커졌다.

 

<스포츠클럽 리그 성공! 과제도 남아>

 

“리그 때에는 유니폼을 입고, 정식 심판이 참석해요. 애들 말로는 ‘간지 나는’ 게임이 되는 거죠. 그렇게 10회를 다른 학교와 경기를 하니까 아이들이 흥분하고 굉장히 즐거워해요.”

 

리그전 도입은 ‘신의 한 수’였다. 일단 열 경기를 치러야 하니 학생들의 운동량은 자연스럽게 늘었다. 지금만 하더라도 신도림중학교는 매일 오전 7시 30분부터, 상계중학교는 오전 7시부터 아침 운동을 하는데, 학생들이 리그에 참여하고 싶어서 꼬박꼬박 나와 운동을 하고 있단다. 오직 공부가 다였던 학생들이 친구와 부대끼면서 운동을 하고, 교사는 ‘승패’가 아니라 ‘즐거움’에 초점을 맞춰 지도하니 즐거움과 만족감도 높다. 작년 리그전에 참여했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학생들은 운동을 잘하게 되고, 학교생활이 즐거워졌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경기 후반에 체력이 달려서 쥐가 나는 학생이 나와요. 사실 상대팀 선수가 쥐가 나면 우리 팀에는 유리한 거잖아요. 그런데도 경쟁 팀 아이들

 

이 달려와서 쥐를 풀어주고, 경기할 수 있는지 걱정해 주는 모습들을 작년에 많이 봤어요.” 이기기 위한 경기가 아니라 함께 뛰기 위한 경기. 옆자리 친구부터 처음으로 만난 다른 학교 학생까지 함께 호흡하는 경기. 리그전을 통해 학생들의 인간세계는 더 넓어지고, 공존으로 채워진다. 교육과학기술부도 그 교육적 효과를 인정해 전국에 리그전을 권고하는 공문을 내렸다.

 

하지만 과제도 있다. 이 과제는 교육계 현실과 맥을 함께한다. “어쨌든 입시 위주의 교육 체계에서 하는 리그잖아요. 학원 때문에 팀 구성이 안 되거나 체육활동에 비협조적인 교장이 있어서 포기하는 학교가 여럿이에요. 시설이 열악한 학교도 많고요.” 이런 변수를 고려해 경기 일정을 짜느라 이 씨는 인터뷰 중에도 휴대전화와 리그전 자료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었다. 예산이 작년 6억에서 20억으로 늘긴 했지만 6배 증가한 참여 팀을 따라잡기엔 무리여서 팀별로 지원하던 활동비도 조정해야 했단다.

 

“운동 엘리트가 아니라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생활 체육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교육청 차원을 넘어 국가의 지원도 필요합니다. 학생들이 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오픈해야 하는 거죠. 이건 국가 정책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도 이민표 씨는 지치지 않고 ‘리그전’을 넘어 ‘생활체육’의 현실화를 그리고 있었다. 아직 한계가 많지만, 지금의 뚝심과 열정으로 나아가면 언젠가는 ‘풀뿌리 체육’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체육 정책의 패러다임도 바꿔놓지 않을까.

 

* 이민표 교사가 전하는 ‘리그전 도입에 필요한 두 가지’ *

 

1) 리그전을 위한 예산을 만들고, 그 예산이 실제 체육 활동이 이뤄지는 학교로 배정돼야 합니다.

2) 외부 단체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심판이나 경기 진행 도우미 등 전문 인력이 있어야 경기 질도 좋아지고, 아이들의 만족도도 높으며, 교사의 업무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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