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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춘 칼럼] 인헌고 사태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1765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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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춘 ㅣ 성공회대 엔지오대학원장

 

지구 환경위기는 정치적 문제인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전세계에 호소하는 스웨덴의 16살 여학생 툰베리는 정치적 행동을 하고 있나? 페미니즘은 정치적 문제인가? 전국 80여곳 중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스쿨 미투는 정치적 행동인가? 사드 배치는 정치적 문제인가?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압박 비판은 정치적 행동인가? 이런 의제를 수업시간에 설명한 교사는 정치적 중립성을 위배한 것인가? 최근 서울 인헌고에서 ‘반일’ 구호를 외치게 했다는 교사에 대해 일부 언론과 보수단체의 도를 넘는 공격과 해당 교사 징계 청원은 이런 해묵은 주제를 다시 우리 사회에 던졌다.

 

 

교육기본법 6조에는 “교육은 …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되어 있고, 국가공무원법 65조에는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 규정이 있다. 정당법 6조에는 ‘교육공무원의 정당 가입’을 금지한다고 되어 있다. 즉, 교육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고, 교사는 정당 가입이나 정치활동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런 규정에 따라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인헌고에 대해 ‘정치편향’ 교육, ‘사상 주입’이라고 집중적인 공격을 했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인헌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사태는 교육 파괴의 위험한 현주소”라며 “전교조에 의한 교실의 정치화, 학교의 정치화는 만연한 사회악” “아이들을 세뇌하는 정치 교사의 만행”이라고 공격했다.

 

 

그런데 정작 인헌고 교사와 학생들은 집단 토론을 통해 이 논란을 정리해 나가고 있는데, 오히려 외부에서 학교와 교사들을 공격하고 있으며 시위대는 학교를 둘러싸고 수업을 방해하고 정치권은 이렇게 험악한 언사를 쏟아낸다. 즉, 인헌고 사안을 가장 심각하게 정치화하는 쪽은 학생과 교사가 아니라 바로 보수단체, 언론, 정치권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 역사 교과서 개정을 강행했고, 교육부는 사드(THAAD) 배치의 당위성과 안전성을 옹호하는 국방부 문건을 모든 학교의 학부모, 교사, 학생에게 안내해줄 것을 시도교육청에 지시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일개 교사의 발언과 국가권력이 동원된 사드 홍보 가운데 어떤 것이 교육의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동인가?

 

 

한국의 헌법 31조에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고 명시한 것은 이런 교사와 학교의 정치적 동원을 막자는 것이지, 교사를 정치적 금치산자로 만들고, 학교에서 정치사회적 사안을 논의의 주제로 삼지 말자는 내용이 아니다. 교육기본법에서 교사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은 교사가 정한 정당이나 파당의 입장을 교실에서 공공연하게 선전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이지, 교사가 정치적 쟁점을 금기시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인헌고에서 문제가 된 친일·반일 문제는 당연히 학교에서 다루어야 할 사안이다. 단지 교사가 학생들의 토론과 생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이미 40년 전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협약에서 명시한 것처럼 논란이 되는 정치사회적 사안은 학교 안으로 가져오되, 학생들에게 주입해서는 안 되고 자유로운 토론을 허용해야 한다. 학교에서 다루는 모든 교과 내용이 정치사회적 연관성을 갖는 주제인데, 학생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국가와 사회의 극히 중요한 사안을 수업 의제로 올리지 말라는 것이야말로 교육 중립성의 이름으로 사실상 교육을 포기하라는 말과 같다.

 

 

모든 사회경제적 사안은 정치적이다. 그리고 시민으로서 우리는 모두가 정치적 존재다. 따라서 철학, 역사관, 정치적 입장을 갖지 말라고 하는 것은 무조건 권력에 복종하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일제 식민지 교육이 “충량하고 근면한 국민”을 기르자는 교육 철학으로 폭력적 정치질서에 눈을 감으라는 가장 ‘정치적인’ 방침이었고, 박정희 시절의 ‘근면 자조 협동’ 역시 유신 독재에는 눈을 감고 가족과 개인의 복리에만 신경을 쓰라는 ‘정치’ 교육이었다.

 

 

교육을 지배의 도구로 삼으려는 사람들은 교사와 학생이 정치적 무뇌아로 남기를 원한다. 그들의 의식이 깨어나고 생각과 철학을 갖고, 권리의식이 높아지면 기존의 지배 질서가 흔들린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 교육부의 정치적 지침은 문제가 되지 않아도 일개 교사의 수업 중 발언에 이렇게 온 나라가 떠들썩한 것이다.

 

 

오히려 이번 인헌고 사태는 한국에서 학교 민주시민교육, 시민 정치교육이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지를 일깨워주었다. 학교에 정치를 허하고 교사에게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 그게 교육의 중립성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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