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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박근혜 시대 종언을 알리다

넷볼러 2016.12.10 11:53 Views : 18

http://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774093.html?_fr=sr1

 

박근혜의 정치인생 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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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부녀 대통령’ 기록 세웠지만
분노한 민심에 불명예 퇴장 가능성
국정농단·왜곡교과서·사드 강행…
3년10개월간 무능과 불통과 독선

 

헌법이 정한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2018년 2월24일이다. 하지만 임기 만료 14개월을 앞둔 2016년 12월9일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키면서 박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첫번째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첫 부녀 대통령’, ‘첫 여성 대통령’ 등 대한민국 헌정사에 남긴 ‘최초’의 기록들 위에, ‘국민에게 쫓겨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가 덧씌워졌다.

 

9일 저녁 7시3분께 국회 사무처가 청와대에 탄핵소추 의결서를 전달하면서, 박 대통령은 그 순간부터 직무가 정지됐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박 대통령이 2004년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됐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길을 걷긴 쉽지 않아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이 63일 만에 헌재의 탄핵심판 기각 결정을 받고 청와대로 복귀할 수 있었던 ‘뒷배’는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광장으로 뛰어나온 촛불민심이었다. 반면, 박 대통령은 ‘232만 촛불’로 대변되는 국민적 분노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탄핵에 이르렀다. 박 대통령의 18년에 걸친 정치인생이 마무리 될 공산이 커졌다.

 

박 대통령은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로 정계에 입문한 이후, 줄곧 대한민국 ‘보수의 아이콘’으로 받아들여졌다. 아버지와 자신의 고향인 대구·경북(TK) 지역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간직한 ‘산업화 세대’의 강력한 지지는 박 대통령의 주요한 정치적 자산이었다. 박 대통령이 ‘보수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2004년이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과 ‘차떼기’ 사건으로 한나라당이 좌초 위기에 놓이자 당 대표로 추대됐다. ‘천막당사’를 운영하며 총선을 지휘해, 전체 299석 가운데 121석을 확보하는 기염을 토했고 ‘선거의 여왕’ 칭호가 붙여졌다. 노무현 정부의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는 모두 한나라당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2년3개월간 수행한 한나라당 대표직은 박 대통령을 단숨에 대선후보 반열로 끌어올렸다. 2007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경선 후보와 본선만큼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여론조사에서 밀리면서 후보 자리를 내줘야 했다. 당시 경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최태민 일가와의 관계를 부인하며 위기를 모면했다. 2012년 대선 때는 ‘경제민주화’ 등 보수의 외연을 확장하는 모양새를 취한 전략으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누르고 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취임 이후 박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관통하는 열쇳말은 ‘불통’과 ‘독선’이었다. 국민에게 약속했던 경제민주화 기조는 취임 첫 해부터 사라졌고, 4년 동안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 8명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하는 ‘인사 참사’를 거듭했다. 청와대 주요 참모와 국무위원들의 대면보고를 받지 않아 스스로 ‘불통’ 이미지를 자초했다. 한 정치권 원로는 “박근혜 정부에서 차관급을 지낸 한 인사를 만났더니, ‘공직생활 30년 동안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대통령은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두르더라”며 “대면보고를 받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박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에 들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개성공단 폐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등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며 ‘남-남 갈등’을 촉발하는 식으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해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을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린 것은 자신의 ‘무능’과 ‘무기력’이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은 7시간 동안 이렇다할 지시도 안했고, 모습도 드러내지 않았다.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세월호 유족들의 면담도 거부하고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도 무력화시켰다. ‘공포통치’로 일관하던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세계일보>가 ‘정윤회 비선실세 동향’ 문건을 첫 보도하자 이를 ‘문건 유출사건’으로 호도하며 ‘최순실 비선실세’와 관련된 첫번째 위기를 잠재웠다.

 

하지만 지난 9월 <한겨레>가 최순실씨의 미르·케이(K)스포츠재단 설립 및 모금 개입 의혹을 처음으로 보도한 이후, 최씨의 국정농단 정황이 터져나왔다. 최씨가 박 대통령의 비호 아래 재계에서 돈을 뜯어내고, 정부사업에 관여해 예산을 빼돌리며 인사까지 주무른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민적 분노가 끓어올랐다. 박 대통령은 세차례에 걸친 대국민 담화에 나섰으나 검찰 조사 약속을 어기고 자신의 거취 문제를 국회에 떠넘기면서 오히려 역풍만 불렀다. 6차례의 촛불집회에서 수백만의 국민들이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고, 분노한 민심에 떠밀린 국회는 결국 9일 오후 4시10분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권력은 민심을 이길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확인된 순간이었다. 세월호 유족 40명이 이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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