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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석 ㅣ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22834.html

 

 

누구나 이미 갖고 있는 물건을 하나 더 사야 한다면, 이전에 샀던 물건을 또 살지 고민한다. 부품이나 소모품을 계속 교체해야 하는 물건이라면 더욱 그렇다. 같은 제품을 사야 유지보수가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핵발전소는 조금 달랐다. 가장 먼저 지어진 고리 1호기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사가 원자로를 공급했다. 그러나 다음에 지어진 월성 1호기의 원자로는 캐나다 원자력공사 제품이다. 월성 1호기 다음에 착공된 고리 2~4호기, 영광(한빛) 1, 2호기까지 1980년대 초반에 착공한 핵발전소는 모두 웨스팅하우스사가 원자로 공급자였다. 월성 1호기의 원자로는 캐나다에서 개발되어 캔두(CANDU)라고 흔히 불린다. 일반적인 물을 냉각수로 쓰는 경수로와 달리 중수(수소 동위원소인 중수소로 구성된 물)를 냉각수로 쓰기 때문에 중수로라고도 부른다. 월성 1호기를 중수로로 결정한 것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핵무기 개발 계획과 연관되어 있다. 중수로의 사용후핵연료는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더 쉽기 때문이다. 특별한 용도에 쓰기 위해 종류가 다른 핵발전소를 구입한 것이다.

 

이런 점을 제외하면 중수로는 단점이 많다. 천연우라늄을 연료로 쓰기 때문에 거의 매일 일정량의 핵연료를 교체해야 한다. 즉 고준위 핵폐기물의 양이 다른 핵발전소보다 훨씬 많다. 우리나라 전체 핵발전소 26기 가운데 중수로는 단 4기밖에 되지 않지만, 이들에 의한 고준위 핵폐기물의 양은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핵연료의 종류가 경수로와 다르다 보니, 최근 핵산업계 일각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용후핵연료 감량·소멸 기술도 중수로와는 상관없는 기술이다. 현재 경수로에서 나온 핵연료에 관한 연구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수로는 삼중수소가 많이 배출된다. 2007년 삼중수소 제거설비를 설치해서 이전 배출량 대비 65%나 삼중수소 배출량이 줄었지만, 지금도 우리나라 전체 핵발전소 삼중수소 배출량의 거의 40%가 월성 핵발전소에서 나온다. 그러다 보니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건강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역학조사 결과 월성 핵발전소 인근 여성의 갑상샘암 비중이 다른 지역에 견줘 2.5배나 높게 나오고, 어린아이의 소변에서도 삼중수소가 측정되었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삼중수소 배출량이 기준치 이하이며, 발병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월성 핵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이 이주대책을 촉구하며 농성해온 기간이 벌써 5년을 넘긴 배경 중 하나다.

 

핵산업 측면에서도 캔두 핵발전소는 확장성이 별로 없다. 캔두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나라는 사실상 캐나다와 한국, 중국 정도밖에 없다. 4기의 캔두 핵발전소가 있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캐나다 다음으로 캔두 핵발전소가 많은 나라다. 종주국 캐나다는 1993년 달링턴 4호기 준공 이후 30년 가까이 추가 핵발전소를 짓지 않고 있다. 중국은 2000년대 2기의 캔두 핵발전소를 건설했고, 캔두 핵발전소 2기를 운영하다가 핵무기 실험 문제로 캐나다와 계약이 파기된 인도가 캔두 핵발전소를 모방해 건설하는 것이 전부다. 설사 캔두 핵발전소를 더 짓는 나라가 있다고 해도 우리 기술이 아니므로 수출도 불가능하다.

 

캔두 핵발전소는 캐나다에서도 문제를 많이 일으켰다. 각종 사고와 기기 결함 등으로 캐나다의 브루스 1, 2호기는 각각 13년과 14년 동안 장기 폐쇄되었고, 브루스 3, 4호기, 피커링 1, 4호기도 각각 4~5년씩 장기 폐쇄되었다. 1971년 가동을 시작한 피커링 2호기는 1983년 압력관 파단 사고 같은 중대 사고가 일어나는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자 30년을 채우지 못하고 10년간 장기 폐쇄되었다가 2007년 결국 영구 폐쇄되었다. 국내에서도 1988년과 1994년, 1999년 월성 1호기와 3호기에서 중수 누출 사고가 발생하는 등 사건·사고가 계속되었다.

 

이처럼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월성 핵발전소 1호기가 지난 24일 영구 정지되었다. 일각에서는 ‘멀쩡한 핵발전소를 폐쇄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월성 1호기가 멀쩡한 핵발전소인지 잘 따져봤으면 한다. 어차피 더 쓰기 힘든 것들은 빨리 보내는 게 좋다. 잘 가라, 월성 1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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