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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특수를 누린 나라들’은 전쟁을 끝내야 할 이유가 없다.

가장 피해를 입었고 오늘도 가장 큰 부담을 안고 사는 남북한만이 전쟁을 끝내야 할 절박함을 안고 있을 뿐이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51270.html?_fr=mt0#csidxf625016c3bbae0f8c3f31eb5e1bb87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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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정 ㅣ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우리는 평화를 추구하며, 함께 잘 살고자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전쟁 70주년 행사에서 강조했다. “이 오래된 전쟁을 끝내야 합니다.”
 

그래서 궁금하다. 왜 이 전쟁은 70년이 넘도록 끝나지 않는 것일까? 더구나 남북 정상은 2018년 판문점에서 만나 전쟁을 끝내기로 합의까지 했다. “한반도에서 비정상적인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표현에서 양 정상의 절박한 심정이 드러난다. 왜 그토록 절절한 마음으로 합의를 하고도 2년이 지나도록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있는가?

 

 

물론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좌관의 회고록이 잘 보여준다. 볼턴의 말이 다 진실은 아니더라도 진실의 일단은 보여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에 한반도 평화보다는 언론을 타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앞에서만 예스맨이었고 뒤에서는 엑스맨이었다. 볼턴 당시 국가안보보좌관은 대놓고 협상에 반대했다. 일본은 한국과 ‘180도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에 직접 위협이 되는 중단거리 미사일과 생화학 무기의 폐기를 요구하며,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치 쇼타로 당시 일본 국가안보국장은 북의 핵무기 보유 의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을 통한 해결에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상수다. 미국과 일본은 1950년부터 한국전쟁의 종식에 관심이 없었다.

 

 

한국전쟁이 터지자 요시다 시게루 당시 일본 총리는 ‘천우신조’, 하늘이 일본을 도왔다며 전쟁을 반겼다. 일본이 미국과 평화조약을 체결하며 적대관계를 청산한 것도 한국전쟁 중이었던 1951년이었고 주권을 회복한 것도 한국전쟁 중인 1952년이었다. 패전 후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던 일본은 미군의 군수기지 역할을 하며 극적으로 살아났다. 과거 전범들이 감옥에서 풀려나고 1951년 25만명이 복권됐다. 일본이 주권을 회복한 이후 첫 선거였던 1952년 총선에서 당선된 중의원 42%가 이렇게 복권된 인사들이었다. 전후 일본 정치와 경제의 초석은 이렇게 한국전쟁 덕분에 놓여졌다. 한국전쟁의 종식은 이들에게 그 초석을 뒤흔드는 사건이다. 한국전쟁으로 덮고 넘어간 ‘제국의 범죄’를 진정으로 대면하도록 강요할 것이다.

 

 

딘 애치슨 미 국무장관도 한국전쟁을 ‘천우신조’라며 반겼다. 경기침체와 실업 증가로 몸살을 앓던 미국 경제가 한국전쟁을 계기로 회복되기 시작했다. 한국전쟁 기간에 국방비를 4배 가까이 증액했고 군사물자 생산은 7배로 늘렸다. 서독과 일본이라는 과거의 적국을 재무장시키고 건국 이후 처음으로 외국과 군사동맹을 맺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국방비를 삭감하고 군대를 해산하고 있던 미국이 180도 방향 전환했다. 미국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세계 패권을 완성했다. 이러한 방향 전환의 청사진을 담고 있던 국가안보회의 문서(NSC-68) 작성을 주도했던 애치슨이 한국전쟁을 반겼던 이유다. 트럼프 같은 ‘풋내기’는 모를 수 있어도 ‘선수’들은 안다. 한국전쟁이 오늘의 미국을 정초했다. 이 전쟁이 끝나면 그 주춧돌이 흔들릴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전쟁특수를 누린 나라들’은 전쟁을 끝내야 할 이유가 없다. 가장 피해를 입었고 오늘도 가장 큰 부담을 안고 사는 남북한만이 전쟁을 끝내야 할 절박함을 안고 있을 뿐이다. 어설픈 ‘혈연주의’가 아니다. 현실주의의 교훈이다. 그 현실주의는 또 보여준다. 정상 간의 회담과 선언만으로 평화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난 2년의 현실이 가르쳐준 것은 심지어 종전선언이 채택되더라도 평화는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 각 부처의 일관된 실천과 사회의 깊은 성찰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해서 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싼 논란은 평화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고민이 얼마나 천박한지 보여주는 거울이다.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전단 살포를 표현의 자유로 보호해야 하는지가 핵심도 아니다. 한반도에서 종전이 무엇인지, 평화는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한국 정부가, 한국 시민이 북의 정부와 인민들을 적대시하지 않고 ‘사이좋은 이웃’으로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국방·외교 정책은 이대로 괜찮은 것인가? 언론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우리 하나하나의 시각과 삶은 충분히 평화로운가?

 

 

70년이 넘도록 전쟁을 끝내지 못한 것은 남 탓이 아니다. 선언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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