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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in Biz]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국에 필요한 '당당한 매너'

매일경제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845513

 

독자 여러분에게 퀴즈 하나. 만일 지금 당장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를 수 없게 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의자에서 굴러떨어질 만큼 깜짝 놀랄 사람은 누구일까?

얼마 전 필자는 올림픽 레거시(legacy)를 주제로 한 '드림투게더 서울 포럼'에 참석했다. 올림픽 개최국인 캐나다와 영국의 올림픽 관계자, 싱가포르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 일본 도쿄올림픽 홍보국장 등이 참석했다. 행사 후 30여 명이 만찬에 초청됐다. 이 자리에서는 가볍고 비공식적인 얘기가 오갔다.

당시 캐나다 밴쿠버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옆자리에 앉았던 동료 교수로부터 흥미로운 얘기를 전해 들었다. 초로의 캐나다인이 주장하길, 올림픽의 성공은 개최국뿐 아니라 IOC에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우리 생각 이상으로 개최국이 입장을 개진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한국 조직위원회가 얻고 싶은 게 있다면 IOC를 최대한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최국이 소위 '배 째라 정신'으로 나갈수록 입지가 넓어진다는 지적이다. 일리 있는 조언이다. 따라서 앞선 퀴즈의 정답은 자연스럽게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아닐까 싶다.

지금도 여전히 협상과 타협이 진행되는 만큼 "No!"라는 말을 전략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여기저기서 들리는 올림픽 파트너(스폰서)의 지나친 요구와 IOC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동안 협상의 성과도 있겠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했지만 드러나지 않은 사례가 많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은 '오래된 습관'을 얘기하고 싶다. 10년 전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일하던 한국인 후배로부터 직접 들은 관찰이다. 어느 날 본사에서 아시아인에게 불리한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한·중·일 3개국 출신의 엘리트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중국인은 그 자리에서 대놓고 불평하며 거칠게 반응해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관철시켰다고 한다. 반면 일본인 직원들은 그 자리에서 웃는 낯으로 "Yes"라고 말한 뒤 자기들끼리 작전을 짠 후 차근차근 추진해 원하던 바를 얻어냈다. 한국인 직원의 대응은? 일단 아무 의사 표시 없이 지켜봤다. 그러다 두 나라 직원들이 결정한 상황대로 따라갔다. '존재의 투명화'를 생존 전략으로 선택한 셈인데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세계를 경략해 본 기억이 없다. 이 때문인지 국제무대에서 제 몫 찾기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달라진 위상과 역할에도 불구하고 주도적으로 만들어 나가기보다는 스스로 주변인화하려 하고, 종속변수를 자처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노골적으로 얘기하지 않을 뿐이지 '우리 마음속의 사대주의'가 여전하기 때문인 것 같다. 종종 보도되는데, 인종과 경제력이라는 척도에 따라 외부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사례가 많은 것을 봐도 그렇다. 국적과 피부색에 따라 환대와 경멸이 교차한다는 것은 여전히 사대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동계올림픽 개최는 그 자체만으로도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우리는 13조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들여 판을 사들였고 기술력과 경제력, 문화의 저력을 자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따라서 '어쩔 수 없으니 잘해야 한다'가 아니라 이제는 적극적으로 '얻어 낼 것을 최대한 얻자'로 전환해야 한다. 마침 도핑과 관련해 러시아 문제가 불거진 것도 기회다. 흥행에 대한 우려로 전전긍긍할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클린 올림픽'을 선포하고 이를 평창올림픽의 특징으로 역사에 남길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개인적으로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우리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일지 궁금하다. 이번에도 당연히 많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다. 늘 있었던 심판 판정은 물론이고 여러 민족이 모이면 나타나는 '매너와 예의' 문제, 성소수자 이슈도 나타날 것이다. 이 문제를 대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정보기술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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