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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58915.html (한겨레신문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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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실력’보다 ‘학벌’이 우선되는 제도적·문화적 환경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학부모는 자식이 다른 학생보다 한 칸이라도 성적순 앞자리에 있기를 원한다. 각급 학교는 ‘명문고’ ‘명문대’ 입학생을 늘리기 위해 애를 쓴다. 그리하여 다수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반강제적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한 후에도, 주중·주말, 공휴일을 막론하고 심야까지 학원에서 공부를 하도록 내몰리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 학생의 학습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 중 최장이고, 학생들의 수면 및 휴식 시간은 지극히 부족하게 된다. 부모와 자식이 어울리고 대화할 시간이 없음도 물론이다. 이는 다른 오이시디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현실로, 한국이 제도적으로 학생을 ‘공부기계’로 만들어 ‘뺑뺑이’를 돌리다가 결국 탈진시키는 국가임을 보여준다.

 

대학입시 제도의 근본적 개선, 학력·학벌 차별의 철폐 등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목표는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실현되기 전이라도 학부모의 불안감을 없애면서 학생의 숨통을 틔워주는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전국적 차원에서 동일하게 ‘법정공휴일’에는 학원이 휴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법정공휴일’은 설날, 추석, 국경일 등 공휴일과 일요일을 포괄하는 법률용어다.

 

왜 법정공휴일에 학원 가고 싶은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느냐는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제한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결정한 학원의 심야영업 제한조례처럼 정당하다. 학원의 법정공휴일 휴무제가 실시되면 학생의 휴식권이 보장되고 가족과의 유대가 강화된다. 법정공휴일에도 공부를 원하는 학생은 집에서 공부를 하면 된다. 현재 상황에서는 뒤처진다는 불안감 때문에 너도나도 법정공휴일을 학원에서 보내게 된다. 학습권이 학원 가서 공부하는 권리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핀란드 학생의 평일 학습시간은 한국의 절반도 안 되지만 학업성취도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은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학생이 동일한 조건 아래 놓이기 때문에 공휴일에 학원에 가지 않는 것은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 필자와 같은 연배에 속하는 세대는 고등학교 시절 학원은 물론 개인 교습 등 일체의 과외가 금지되었다. 전국적으로 동일한 조건이었으므로 전국의 학생들은 과외 없이 경쟁하여 시험을 보았다. 현재 상황에서 한국 교육제도를 이 정도로 ‘리셋’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가능한 범위의 최대치는 해야 한다.

 

필자는 현행 입시교육에 있어서 학교와 학원이 각각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법정공휴일에는 학교도 학원도 쉬어야 한다. 성인의 경우 ‘주5일 노동제’를 실시하고 있으면서, 학생에게 ‘주7일 공부제’를 강제하는 현실은 타파되어야 한다. 학원의 영업권 제한이 발생하겠지만, 이는 새로운 제도를 통하여 성취되는 공익과 비교할 때 감수할 수 있는, 아니 감수해야 하는 사안이다. 그리고 학교에서 주중에 이루어지는 ‘야자’는 문자 그대로 자율적으로만 시행되어야 하고, 종료시간도 앞당겨야 한다. 학교는 학생을 공부하도록 ‘감금’하는 곳이 아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과 교육 관련 조례를 만드는 전국의 교육감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주7일 공부제’는 그 자체로 인권침해입니다. 학원의 법정공휴일 휴무제에 즉각적으로 관심을 갖고 시행을 검토하십시오. 일선 학교의 강제적 ‘야자’를 엄격히 금지해주십시오. 그리하여 학생들이 숨 좀 쉬고 살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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