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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읽기] 종전과 평화에 손뼉을 쳐라 / 서재정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61806.html#csidx571cc56fac3c8088a46e548bc53000a 

 

 

서재정.JPG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영미권에서는 살짝 다르게 표현하기도 한다. 두명이 어울려야 탱고를 출 수 있다. 국제관계도 마찬가지다. 전쟁을 하려도 둘이 붙어야 하고, 전쟁을 끝내려도 둘이 만나야 한다.

 

 

손뼉을 치는데 오른손이 왼손에게 갑질하지 않는다. 손뼉 소리가 나는 것은 내가 너에게 베푸는 시혜이니 보상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는다. 탱고를 추는 사람도 각자 역할은 다를지언정 서로 스텝을 맞춰야 한다. 여자가 남자 파트너에게, 혹은 남자가 여자 파트너에게 보상을 내놓으라고 하면 춤판은 깨진다.

 

그런데 유독 한국전쟁 앞에서는 이 동서고금의 상식이 무너진다. 이 전쟁을 끝내겠다는 종전선언은 미국이 북에 주는 선물이라고들 생각한다. 따라서 북은 그 대가로 핵 신고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종전선언이라는 선물을 받으려면 북은 먼저 비핵화를 완료해서 선물을 받을 자격이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북이 먼저 장사정포를 전방에서 제거해야 종전선언이라는 시혜를 베풀어줄 수 있다고 배짱을 부리기도 한다. 이런 주장이 상식으로 행세하고 있다.

 

가히 비상식적 상식이다. 전쟁을 끝내겠다는 선언이 어떻게 일방이 다른 측에 주는 선물인가. 미국이 북을 침공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다면 그럴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북이 미국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받을 필요가 없다는 말인가. 종전선언으로 한국은 북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맹세만 하고, 북으로부터는 남을 위협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받지 않겠다는 것인가.

 

 

종전선언은 어느 한 편이 다른 편에 일방적으로 주는 혜택이 아니다. 북과 한국·미국이 함께 만드는 선언이다. 양측이 만나서 상호 합의해야 이뤄진다. 한국과 미국도 북을 침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하지만, 북도 남과 미국을 향해 공격하지 않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이런 상호성은 핵심적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북과 함께 구축해야 하는 과제이고, 한반도 비핵화도 북과 함께 노력해야 성취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룬 가장 중요한 성과는 이런 과제를 위해 남과 북이, 북과 미국이 손에 손 잡고 함께 노력하겠다고 합의했다는 점이다. 다른 측의 존재를 부인하고, 그 존재를 없애버리겠다는 적대관계를 상호인정, 상호신뢰, 상호협력의 관계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한반도 초미의 과제는 관계의 전환이다. 그 관계의 전환을 이루려면 인식의 전환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정상이 만나서 악수를 하기는 했지만 아직 인식은 대결의 시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북이 완전하게 비핵화를 이루기 전에는 판문점 선언을 비준하지 못하겠다는 보수야당은 자신이 대결의 유물이라는 사실을 자인하고 있는 셈이다.

 

평화체제와 북의 비핵화를 교환상품 정도로 취급하는 전문가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북이 원하는 평화체제를 구축해주면 북은 비핵화로 보답해야 한다는 시각도 일방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이제 적대인식을 넘어서야 한다. 한쪽 눈으로만 북을 보지 말고 두 눈으로 세상을 보도록 노력해야 한다. 평화에 걸맞은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 한국전쟁의 수행 주체로 형성된 유엔군사령부에서 ‘수복지구’나 비무장지대 남측 관할권을 이양받을 준비를 하는 것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태풍 솔릭으로 수해를 입은 황해도 일부의 수해 복구를 위해 경기도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북의 주민들과 손에 손을 잡는 것은 또 어떤가.

 

종전과 평화를 위해 두 손으로 손뼉을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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